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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가장 큰 특징은 마음을 – 마음뿐만 아니라 물질세계까지도 – 찰나생 찰나멸을 거듭하는 흐름[相續, santati]인 정신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찰나생 찰나멸을 거듭하는 정신(마음과 마음부수)과 물질에 대한 아비담마의 심도깊은 이해가 필요하니 공부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빳사나는 이런 물 ∙ 심의 현상들이 찰라생멸하면서 흘러가고 있는 것과 어떤 조건 속에서 생멸을 거듭하며 천류해 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천류해 가는 물심의 조건을 아비담마에서는 빳짜야(paccaya, 조건)라고 한다.
마음 – 마음부수 – 물질이라는 법들의 조건에 조건짓는 힘이 더해 설명하는 것이 24가지 빳짜야 혹은 빳타나이다.
이 24가지 조건은 남방 아비담마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에 속한다.
굳이 12연기와 빳타나를 구분하여 설명해보면
12연기는 조건짓는 것과 조건따라 일어난 법과의 관계를 다루기 때문에
조건짓는 것을 원인이라하고 조건따라 일어난 것을 결과라 하므로
인과를 다루는 것이다.
한편 빳타나는 여기에 조건짓는 힘을 추가하여 24가지로 설명한다.
빳타나를 요약하면 24조건(paccaya)이 되고
이 24가지 조건(paccaya)를 풀어서 설명한 것이 빳타나이다.
예를 들어
감각접촉때문에 느낌이 일어난다. 감각접촉은 원인이고 느낌은 결과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12연기의 방식이다.
그런데 '형색을 눈의 알음알이가 본다'라는 문장에는
형색은 눈의 알음알이에게 대상의 조건, 먼저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고 이해한다면
이것은 빳타나의 방식이 되는 것이다.
이제 용어의 의미를 살펴보자.
빳짜야(조건, paccaya)는 원리 prati(~에 대하여)+√i(to go)의 동명사인데 남성명사로 정착되었다.
『청정도론』에 나오는 빳짜야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청정도론 XVII]:
‘그것을 의지하여 결과가 온다(yaṃ paṭicca phalam eti)’라고 해서 조건(paccaya)이라 한다.
의지하여(paṭicca)라고 한 것은 그것이 없이는 안된다, 무시하지 않고 라는 뜻이다.
온다(eti)라는 것은 일어난다(uppajjati), 생긴다(pavattati)라는 뜻이다. 더욱이 도와준다는(upakāraka) 뜻이 조건의 뜻이다.
여기서 조건(paccaya)의 뜻은 다음과 같다.
‘의지하여서 그것으로부터 [결과가] 온다(paṭicca etasmā eti)’라고 해서 조건이라 한다.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apaccakkhā) 있다는 뜻이다.
어떤 법이 어떤 법을 거부하지 않고 머물거나 혹은 일어나면 이 [두 번째] 법은 그 첫 번째 법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조건은 도와준다(upakāraka)는 특징을 가진다.
어떤 법이 다른 법이 머물거나 혹은 일어나는데 도움을 주면 이것이 그것의 조건이다.
조건(paccaya), 원인(hetu), 이유(kāraṇa), 근본(nidāna), 근원(sambhava), 기원(pabhava) 등 뜻으로서는 하나이지만 글자만 다를 뿐이다.”
조건(paccaya)을 이해하는데는 제일 먼저
조건짓는 법(paccaya – dhamma)과 조건따라 생긴 법(paccayupppanna – dhamma)과 조건짓는 힘(paccaya – satti)의 세 가지 개념을 정리해야 한다.
특히 조건짓는 법과 조건 따라 생긴 법을 정확히 구분짓지 못하면 큰 혼란이 생기게 된다.
[청정도론 XVII. 4]: “∙∙∙ 연기(緣起, paṭicca – samuppāda)라는 것은 조건짓는 법(paccaya – dhamma)이고
연기법(緣起法, paṭiccasamu-ppanna – dhamma)이라는 것은 이 조건따라 생긴(nibbatta) 법들이다.”
그러므로 ‘무명을 조건으로 하여 상카라들이 있다’라고 했을 때 무명은 조건짓는 법이고 상카라들은 조건따라 생긴 법들이다.
이렇게 이 둘이 조건따라 일어나는 관계를 설명한 것이 연기이다.
그러면 조건짓는 힘(paccaya – satti)은 무엇인가?
조건짓는 법들이 가지고 있는 결과를 발생하게 하고 성취시키는 고유한 힘을 말한다.
연기는 조건짓는 법과 조건따라 생긴 법만을 설명하지만 조건짓는 힘까지 취급하는 것이 빳타나(paṭṭhāna, 상호의존)라고 주석가들은 설명한다.
어쨌건 빠띳짜 사뭅빠다(연기)는 불교의 핵심중의 핵심이고 이것에 바탕하여 아비담마에서는 빳타나(상호의존)로 발전되었으며
남방 아비담마에서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부분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붓다고사도 연기의 가르침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어려움을 실토하고 있다.
[청정도론 XVII. 25]: “본질적으로 연기의 주석은 어렵다. 이와 같이 옛 스승들은 말씀하셨다.
“진리(sacca), 중생(satta), 재생연결(paṭisandhi), 조건(paccaya),
이 네 가지 법은 보기 어렵고 가르치는 것도 아주 어렵다”
그러므로 경전을 통달하거나 수행하여 법을 증득한 자가 아니면 연기의 주석은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하고서,
오늘 나는 조건의 구조(paccaya – ākāra)를 주석을 하려 하지만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든 사람처럼 의지처를 찾지 못한다
그러나 이 교법은 여러 가지 가르침의 방법으로 장엄되어 있고
과거 스승들의 길은 끊이지 않고 전해내려 오고 있다”
대승불교, 특히 화엄에서는 연기의 가르침을 12연기로 정형화하여, 고(苦)가 상호 조건 속에서 일어나고 멸하는 것을 설한 가르침으로만 받아들이기 보다
법계연기(法界緣起)를 통한 중중무진연기(重重無盡緣起)로 이해한다.
그와 같이 남방 아비담마에는 빳타나(상호의존)를 통해서 연기의 가르침을 모든 구경법들, 구경법들뿐만 아니라 개념(paññatti)들에 까지도 적용시켜나가는 무진연기로 이해한다.
-아비담마 길라잡이(대림 각묵 공역) 의 내용에 우 오다따 스님과의 대화 내용을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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