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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상’은 nimitta를 옮긴 것이다.
표상으로 옮긴 니밋따(nimitta)는 ni(아래로)+√mā(to measure)에서 파생된 중성명사이다.
초기불전과 특히 주석서 문헌에서는 표상(nimitta)라는 술어가 아주 많이 나타나는데
① 신호, 표시, 강조, 징조, 조짐 등의 뜻으로도 쓰이고(영어의 sign)
② 외관, 흔적, 자국, 특성, 성질 등의 뜻으로도 쓰이며(영어의 mark)
③ 영상, 잔영, 표상 등의 뜻으로도 쓰인다.(영어의 image)
주석서 문헌에서는 세 번째 의미로 많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이 의미로 쓰이는 표상은 특히 삼매 수행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본삼매의 증득은 준비단계의 표상, 익힌 표상, 닮은 표상이라는 세 단계를 거쳐서 이루어진다고 주석서 문헌들은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비달마 길라잡이」 제9장 §5 이하의 [해설]들의 내용을 보자.
‘표상’으로 옮긴 니밋따(nimitta)는 ni(아래로)+√mā(to measure)에서 파생된 중성명사로 간주된다.
이것은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는데
① ‘신호, 표시, 징조, 조짐’ 등의 뜻으로도 쓰이고 (영어의 sign)
② ‘외관, 흔적, 자국, 특성 성질’ 등의 뜻으로도 쓰이며(영어의 mark)
③ ‘영상, 잔영, 표상’ 등의 뜻으로도 쓰인다.(영어의 image) 여기서는 영상이나 잔영의 뜻이다.
거울 속에 사물의 영상이 그대로 드러나듯이 수행자도 까시나 등의 명상주제를 통해서 이런 영상을 마음속에서 일으키는 것
–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가시화 시키는 것(visualization) – 이것이 사마타 수행의 핵심이다.
아래 『청정도론』 의 인용에서도 보듯이 물론 여기서 이런 영상은 대상과 꼭 같지는 않다.
예를 들면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出入息念]을 닦으면 사람마다 다른 여러 형태의 니밋따가 일어난다고 『청정도론』 은 말하고 있다.
호흡은 있는 그대로 가시화할 수 없는 것이므로 다르게 나타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역자들은 일단 nimitta를 표상으로 옮겼는데 한문의 表象이나 혹은 表相을 염두에 두었다.
표상은 사마타의 수행 중에서 가장 핵심되는 단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상은 아래 §§16-17에서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주제이다.
이런 표상을 일으키려는 쉼 없는 노력이 사마타 수행의 요체이며 이것이 준비단계의 수행이다.
표상이 일어나지 않으면 삼매에 들 수 없다.
삼매란 이 표상에 마음이 하나로 집중된 것(cittassa ekaggatā)이기 때문이다.
물론 표상을 일으키려는 갈망이나 표상에 대한 애착을 가진다면 그것은 큰 금물이다. 집착이 없는 간절한 노력이 요구된다.
5. parikammanimittaṃ, uggahanimittaṃ, paṭibhāganimittañ cā ti tīṇi nimittāni ca veditabbāni.
세 가지 표상이 있다고 알아야 하니, 준비단계의 표상, 익힌 표상, 닮은 표상이다.
[해설]
여기서 말하는 준비단계의 표상은 준비단계의 수행을 할 때 사용되는 집중의 대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흙의 까시나에 대해서 집중을 닦는 자에게는 그 흙으로 만든 원반이 준비단계의 표상이고
부푼 시체를 놓고 집중을 닦는 사람에게는 그 부풀어 오른 시체가 준비단계의 표상이며
들숨날숨을 대상으로 집중하는 자에게는 윗입술과 코 안에 닿는 숨이 준비단계의 표상이다.
익힌 표상의 원어는 uggaha – nimitta인데 uggaha는 ud(위로)+√grah(to grasp, to seize)에서 파생된 형용사로서
‘위로 잡다’는 뜻에서 ‘잡은, 습득한, 배운’ 등의 의미로 쓰인다.
이 익힌 표상은 육체적인 눈에 나타나는 대상과 꼭 같이 마음에 인지된 대상의 복사판이다.
예를 들면 물의 까시나를 거듭거듭 주시하면 습득한 표상은 움직이는 것처럼 나타난다.
만약 물에 거품과 포말이 섞여있으면 습득한 표상은 그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까시나에 결점이 나타난다.
그러나 닮은 표상은 마치 허공에 달려있는 보석으로 만든 부채와 보석으로 만든 거울의 원반처럼 움직임 없이 나타난다.
이 익힌 표상은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또 애써 집중하면 다시 생기는 것을 수없이 반복하게 된다.
물론 선근이 많은 사람은 한 번에 바로 닮은 표상을 얻어 근접삼매를 이루고 본삼매에 바로 진입할 수도 있지만
그건 백만 명, 천만 명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행운일 것이다.
수행자가 그런 행운을 꿈꾸고 삼매를 닦는다면 일확천금의 요행을 바라는 범부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익힌 표상이 없어지지 않고 닮은 표상으로 승화가 되도록 노력하고 정진하는 것이 사마타 수행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일 것이다.
닮은 표상으로 번역한 paṭibhāga – nimitta의 paṭibhāga는 prati(~에 대하여) + √bhaj(to divide)에서 파생된 형용사나 남성명사로
‘닮은, 유사한’ 등의 뜻으로 쓰인다. 여기서는 익힌 표상을 뚫고 나타나는 결점 없이 가시화된 마음에 나타난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흙의 까시나를 대상으로 사마타를 닦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익힌 표상은 흙의 원반과 같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 흙의 원반에 흠이 있거나 하면 익힌 표상에도 그런 흠이 나타나고 흙의 색깔처럼 좀 우중충한 색깔을 띤다.
그러나 이 닮은 표상은 그런 흠 없이 뚜렷하고 훤하게 완전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럼 『청정도론』 을 통해서 익힌 표상과 닮은 표상의 차이를 알아보도록 하자.
[청정도론 IV]: “30. 이렇게 수행하면서 눈을 감고 마음으로 전향할 때도 눈을 뜨고 쳐다볼 때처럼 영역에 나타나면
그때서야 비로소 익힌 표상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것이 일어난 후로는 그곳에 더 이상 앉으면 안된다.
자기의 거처로 들어가서 그곳에서 앉아 닦아야 한다.
발 씻는 것 때문에 [수행이] 지체됨을 피하기 위해 한 개의 밑창을 가진 신발과 걸을 때 갖고 다니는 지팡이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만약 얕은 삼매가 어떤 부적합함 때문에 흩어져 버리면 신발을 신고 지팡이를 들고서 그곳으로 가서 표상을 취한 뒤 돌아와 편안하게 앉아서 닦아야 한다.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하고 사유(takka)와 일으킨 생각[尋, vitakka]으로 자극을 주어야 한다.
31. 이렇게 닦을 때 서서히 장애(nīvaraṇa)들이 억압되고 오염들이 가라앉는다. 근접삼매를 통해 마음은 삼매에 든다.
닮은 표상이 일어난다. 앞의 익힘 표상과 닮은 표상의 차이점은 이와 같다.
익힌 표상에는 까시나의 결점이 나타난다.
닮은 표상은 마치 익힌 표상을 부수고 나오는 것처럼 그보다 백 배, 천 배 더 청정하게 나타난다.
마치 상자로부터 꺼낸 맑은 거울처럼, 잘 닦은 조가비의 접시처럼, 구름으로부터 나온 밝은 달처럼, 먹구름을 배경으로 한 학처럼,
그러나 그것은 색깔도 형태도 없다. 만약 그것이 색깔과 형태를 가지면 그것은 눈으로 볼 수 있게 되고, 거칠고,
[위빳사나를 통해] 명상 할 수 있고, [무상∙고∙무아의] 세 가지 특상에 제압된다. 그러나 이것은 그렇지 않다.
다만 이것은 삼매를 얻은 자의 인식(saññā, 산냐, 想)에서 생긴 것이고 나타남(upaṭṭhāna)의 한 형태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이 일어난 후부터 반드시 장애(nīvaraṇa)들은 억압되고 오염원(kilesa)들은 가라앉으며 근접삼매를 통해 마음이 삼매에 든다.
34. 근접삼매와 함께 일어난 닮은 표상을 일으키기는 아주 어렴다.
그러므로 가부좌한그 자리에서 그 표상을 확대시켜 본삼매에 이를 수 있다면 그것은 좋다.
만약 이를 수 없다면 부지런히 그 표상 보호하기를 마치 전륜성왕이 될 태아를 보호하듯 해야 한다.
이와 같이, 표상을 보호하는 자는 이미 얻은 근접삼매를 잃지 않는다. 보호하지 않는 자의 경우는 이미 얻은 것도 잃어버린다
초기불전연구원서는 문맥에서 나타나는 nimitta를 모두 표상으로 통일해서 옮기고 있는데,
『디가 니까야 주석서』에서 “인식의 원인(sañjānana-hetu)이 되기 때문에 ‘표상(nimitta)’이라 한다.”(DA.iv.500)고 설명하고 있듯이
모든 종류의 인식은 대상이 드러내는 혹은 대상을 통해서 생기는 표상을 통해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상윳따 니까야』 제2권 「나꿀라삐따 경」 (s22:1) §12의 주해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느낌[受]이 예술적이고 정서적인 심리현상들[行]의 단초가 되는 것이라면,
인식[想]은 지식이나 철학이나 사상이나 이념과 같은 우리의 이지적인 심리 현상들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청정도론』은 인식의 특징으로 “마치 목수들이 목재 등에 [먹줄로] 표시하는 것처럼,
인식할 수 있는 원인이 될 ‘표상을 만드는(nimitta-karaṇa) 역할’을 한다.”(Vis.XIV.130)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우리는 인식이 만들어내는 표상(nimitta)에 따라서 그 대상에 대한 생각이나 사고나 사유나 견해 같은 지적인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는 말이다.
(본서「삼켜버림 경」(S22:79) §6의 주해에 나타나는 준비단계의 인식 등 참조)
표상은 한문의 表相 혹은 表象을 염두에 두고 한글로 표기한 것이다.
한편 초기불전연구원에서는 여러 문맥에서 나타나는 nimitta를 모두 표상으로 통일해서 옮기고 있는데, 『디가니까야 주석서』에서 “인식의 원인(sañjānana-hutu)이 되기 때문에 ‘표상(nimitta)’이라 한다.”(DA.ii.500)고 설명하고 있듯이 모든 종류의 인식은 대상이 드러내는 혹은 대상을 통해서 생기는 표상을 통해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본 내용은 초기불전과 청정도론, 아비담마길라잡이에 나오는 니밋따의 내용을 찾아 정리한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