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들은 자신만의 안경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패러다임
불교에서는 샨냐, 혹은 인식(想) 작용이라고 합니다.
인식(샨냐, 想)이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과거에 경험한 대상에 점을 찍어
미래에 그것을 다시 경험할 때 '이것은 무엇이구나!'이라고 해석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어느 분이 선물한 '차(茶)'...
어느 때처럼 받아서는 한쪽에 보관했다가
우연하게 그 차가 아주 고가의 차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풀어 우렸습니다.
음....
가격에 현혹된 것일까....
차 맛이 달랐습니다.
좋았어요.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것은 진짜로 내가 선호하는 맛인가?
아니면 비싼 차임을 알았기에 달리 느껴진 것인가?
어느 날 근처의 보이차 전문 도매상에 들렀습니다.
사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차들을 자랑하며
여러 차들을 우려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스님, 이것은 몇년 이상된 아주 좋은 차입니다.'라며 권하는 것들이
제가 원하던 맛들은 아니었습니다.
저의 반응에 심드렁해진 주인이
차의 전문가 답게 저의 입맛에 맞는 차를 골라주려고
새로운 차들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분에게 아무리 비싼 차라도
약이 아닌 이상은 제 입맛에 맞는 것이 좋은 차가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자꾸 손이 가지
그렇지 않고서야 고상하게 차를 우려내는 모습만 재현하는
또하나의 의례에 해당되지 않을까요?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칠 팔년전에 성당에 다니시던 어느 보살님 한 분이
자기는 사용치 않는다며
저에게 쓰라고 돌로 된 다판과 다구 등을 보시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그것을 꺼내놓고
사용해봐야겠습니다.
어느 봄날
봄볕과 차에 취한 중이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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