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심일여(身心一如)
마음 가는 데 몸도 가기
2012년 05월 01일 (화) 18:34:09 고명석 kmss59@buddhism.or.kr
수행의 과정에서, 그리고 생활 속에서 몸과 마음을 생각해 본다. 과연 이 몸을 놔두고 마음만 독야청청할 수 있겠는가? 몸이 따르지 않는 마음은 관념의 나락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마음은 몸의 체험을 통해 구체적인 그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불교가 마음공부를 중시한다지만 그것은 몸을 전혀 도외시한 말은 아니다. 물론 마음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마음에 몸이 따라주어야 그것이 진정한 공부다. 내 마음을 알아달라면서 마음만 들먹이는 것은 누구든 할 수 있다. 마음과 말로는 3000배는 물론 3만배도 매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매일 3천 배를 한다는 것은 그 방면의 특별한 수행자가 아니곤 불가능하다.
몸만 움직이고 마음이 같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계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다. 더욱이 깊은 감동이나 생명성은 누리지 못하리라. 수행이든 자기관리든 건강이든 학습과 공부이든 몸과 마음이 조화롭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 몸과 마음이 서로 일치하여 하나가 되는 길, 그것이 참다운 선이며 삼매이고 깨달음을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자각종색(慈覺宗賾) 선사는 다음과 같이 이르고 있다.
“모든 인연을 놓아 버리고 만사를 쉬어, ‘몸과 마음이 서로 일치하고[身心一如]’ ‘움직이고 고요함에 차별이 없이 평등해야[動靜無間]’ 한다.” <좌선의(坐禪儀)>
여기서 우리가 눈 여겨 볼 대목은 몸과 마음이 서로 일치한다는 신심일여이다. 신심일여가 되면 만사를 쉬게 되고 움직임과 고요함에 차별이 없게 된다. 마음이 쉬지 못하고 이리저리 오락가락하며 갖가지 망상을 떠올리게 되면 절대로 신심일여의 상태가 되지 않는다. 신심일여가 되면 몸 가는데 마음이 간다. 몸은 좌선하고 있는데 마음은 집에 가 있거나 먹을 것 생각한다면 그것은 좌선이 아닌 망상에 빠져 있음과 다름 아니다.
비단 좌선할 때뿐이겠는가? 아침 먹을 때 직장 일 생각하고, 세수할 때 밥 먹을 생각하면 그것은 현재에 올바로 깨어 있지 못한 것이요 생활선에서 어긋난다. 공부할 때 놀 생각하고, 운동할 때 공부 생각하면 그것은 공부하는 것도 노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아니다. 그럴 경우 몸과 마음이 일치되지 않기 때문에 몸은 피곤하며 마음은 시끄럽고 복잡할 뿐이다. 염불도 마찬가지다. 입으로는 염불하는데 마음이 딴 생각으로 가득차면 그것은 염불이 아니고 망상과 씨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움직이거나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역시 몸 가는데 마음이 가야 한다. 걸어가거나 일하면서 그 자체에 깨어 있지 못하면 발걸음은 무겁고 일은 짜증난다. 움직일 때 역시 몸 가는데 마음이 가야하며 동과 정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 설혹 고요히 앉아 있을 때는 참선이 잘 되는데 움직일 때 선에 들어 있지 못하다면 그것은 진정한 생활선이 아니고 참다운 쉼은 아닐 것이다. 진정한 쉼은 무위도식하고 일없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일 속에서도 쉼을 맛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만 열심히 하는 일중독에 빠지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일 속에서도 진정한 쉼을 누려야 하며 그것은 신심일여를 통해서 구현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온갖 근심걱정과 갖가지 생각을 다 놓아버리고 오직 몸 가는 곳에 마음이 가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수행이고 선이며 삼매의 경지이다. 삼매를 정의하는 심일경성(心一境性)이라는 말이 그것을 잘 설명해 준다. 심일경성이란 마음이 두세 가지 대상이 아닌 하나의 대상에 향해 있다는 말이다. 한 마음에 대상 하나만 고요하게 남아 있는 것, 그것이 삼매라는 뜻이다. 바로 마음과 몸이 일치하는 것이다. 일할 때는 일과 하나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빠를 때는 빠르게 느릴 때는 느리게 몸이 가는데 마음이 간다. 물 흐르듯, 구름이 가듯 같이 마음이 움직이면 나는 하늘을 나는 흰구름이며 산속을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다.
몸이 마음과 더불어 움직여 몸으로 깨달을 때, 그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몸의 꽃이 개화해야 마음의 꽃도 그 진한 향기를 토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몸을 움직여 주어야 건강할 수 있다. 그런데 몸만 과도하게 움직이고 마음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것 역시 몸과 마음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십상이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조화롭게 움직일 때 평화가 오고 안락한 상태에 노닐게 된다. 그때 상쾌한 기분을 느끼기 마련이다.
상쾌하고 안락하며 안정적인 기분은 본래의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에 번져 나오는 것이다. 본래의 상태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요 생명이 빛을 발하는 텃밭이다. 그 본래의 상태는 신심일여을 통해서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면 당연히 건강해 진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 역시 특별히 다른데서 찾을 일이 아니다.
- 고명석 / 조계종 포교연구실 종무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