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불교에서 잘 죽는 것이란 무엇일까?
부처님은 윤회에서 벗어나라고 가르치셨다.
윤회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궁극적 실재의 차원에서 윤회란
바로 지금 이 순간,
정신과 물질이 조건따라 일어나는 것이 태어남이고
조건따라 사라지는 것을 일러 죽음이라 한다.
이 순간에도 정신과 물질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어나서는 사라져버린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 수만번의 생사가 거듭되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그러하다면 과거에도 그러했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내일 행복하려면 오늘 행복의 씨앗을 뿌려야 하고
내생이 행복하려면 죽을 때 잘 죽어야 한다.
왜냐하면 앞의 마음이 뒤에 마음에 뒤따르는 조건으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금 행복한 것이 바로 다음 순간인 1초후에도 행복한 마음의 조건이 된다는 말이다.
지금 불행한데 어찌 바로 다음 순간에 행복을 바랄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내생에 행복하려면 잘 죽어야 한다.
잘 죽는다는 것은 행복하게 죽는 것인데
불교에서 행복이란 괴로움이 소멸된 상태를 행복이라 하였고
괴로움이 소멸된 상태란 크게
계율지킴과 보시와 수행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세간적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죽을 때
보시와 지계와 수행이라는
유익한 업을 기억하거나
이 유익한 업을 지을 때 사용했거나 동원된 도구나 수단을 기억하거나
태어날 곳이 선처인 태어날 곳의 표상을 잡고 죽는다면
잘 죽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우리가 얼마나 보시를 습관적으로 많이 하여 죽음의 순간에 그 보시의 업이 떠오를 것이며
우리가 얼마나 지계를 하였기에 계를 파할 위험한 상황에서 허리를 곧추 편것이 몇번이나 될 것인가?
하루 24시간 가운데 많이 수행을 하는 사람이라 하여도
9시간을 넘지 않을 것이고
정기적으로 이렇게 앉을 수 있는 중생들이 몇명이나 된단 말인가?
그래서 이렇게 빼고 저렇게 빼고 남은 것을 셈해보니
24시간 가운데 대부분은
무엇인가를 갈구하거나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이도 저도 아닌 멍한 상태인 지혜가 없는 무명의 상태에 머문 것이 대부분일지니
누가 다음 생에 가는 곳이 어디인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위대한 스승이신 붓다께서 적멸을 이룬지 어언 2500여년이 지났으니
그 분의 향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중생이 대부분이고
어쩌다 불교를 믿는다고 하여도
보석과 잡석을 구분하지 못함이 우리들일진데....
다행히 아직 부처님의 법이 세상에 남아 존재하는 지금 이 순간이
남아있는 우리들의 명줄에서 내생을 기약하는 유일한 길인듯싶다.
수행을 하다보면
잘되지 않는 것이 정상일진덴
그 길에서 물러나지 않는 것은
이 길이 유익한 길이라 설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죽어야 한다.
죽는 순간에 필름처럼 스친 한 생각에 의하여 다음 생이 결정되니
보시와 지계와 수행의 업이라면 선처일 것이요
이와 관련된 도구와 수단들이 보인다면
이것이 업의 표상이다.
그게 아니하면 태어날 곳을 미리보고 죽는 것인데
사람으로 태어날 사람들은 붉은 양탄자와 같은 것을 보면 어머니의 태속이니 사람으로 태어날 것이고
지옥에 떨어질 중생에게 지옥의 모습이 보이거나 개나 까마귀 혹은 독수리, 지옥의 수문장이나 지옥불 등을 보게 되면 이런 것들이 지옥에서 ‘경험하게 될 표상’들이니
지옥에 태어날 것이다.
또한 축생으로 태어날 중생에게 숲이나 산과 같은 곳이 보이면 이것이 태어날 곳이고
관목이나 잎나무 등을 보게 되면 이것이 ‘경험하게 될 표상’이 된다.
아귀가 될 중생에게는 죽음의 마음의 앞에서 검은 먹구름 같은 것이 나타나거나
바다나 강 혹은 강둑과 같은 것이 보이면 아귀로 태어나 거주할 장소가 나타나는 것이다.
만약 아귀가 될 중생들에게 똥이나 오줌, 콧물, 침 등과 같이 보이면 이것은 아귀들이 살면서 사용하는 도구들은 미리 경험하는 것이 된다.
최근에 코마 상태에 빠져 있는 어떤 이에게는 지옥이나 천상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는 태어날 곳의 표상이 나타난다.
친구들과 함께 큰 숲이 보이거나 해안선에 가까운 마음이나 도시가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태어날 곳의 표상에 해당된다.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 태어날 곳의 표상을 보는 자들은
색깔을 강조하여 보게 되므로
태어날 곳의 표상을 보는 자들이라 한다.
[빠라맛타디빠니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잘 죽어야 잘 살게 되는 법의 이치가
이와 같으니
다들 죽음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그! 럴! 려! 면!
me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
2023년2월27일
열반으로 가는 도닦음 제 3권
12연기에 대한 번역 도움을 미얀마 스님에게 받으면서
선원 보디와나에서 써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