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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수행 마치고 쓰레기통을 비우러 텃밭 소각장으로 갔다.
어느 보살님이 밭에서 무엇인가를 줍고 있었다.
텃밭 끝에 있는 밤나무에서 아래로 떨어져 있는 밤톨을 줍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 오셨냐고 그랬더니 등산가다가 밤을 줍는 길이란다.
내가 가도 태연하게 밤을 줍는다.
그런데 여기는 남의 사유지이고, 사유지에 있는 밤나무에서 밤을 태연하게 줍고 있다.
얼굴좀 보자고 하였더니 얼굴을 바른 쪽으로 돌린다.
"아이고, 다음부터는 안줍겠습니다."
그런데 손은 이미 다른 밤을 계속해서 줍고 있다.
사실 며칠전에 수행자들과 밭의 경계에 마른 나뭇가지들을 걸쳐놓아 밭의 경계임을 분명하게 표시해 놓았다.
재작년 가을인가?
밤을 줍는 목적으로 들어와 심어 놓은 농작물을 발로 밟아 놓은 적이 있었다.
밤이 밥으로 보였나보다.
밥은 생명이다.
한톨의 밤을 입에 넣는 것은 생존본능이다.
그래서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는 말씀도 있지아니한가?
하지만 남의 땅에 심어놓은 농작물을 밟아 가며 울타리도 망가뜨리고
농작물 위에 발자욱을 남기는 것은 아니지 아니한가?
매년 가을이면 이런 일이 되풀이 된다.
그래서 청정도론에 머물 수행처를 선택할 때에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꽃으로 장엄되어 있는 수행처는 피하고
맛좋은 과일과 과수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 절은 피하라 한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리라.
머리를 산만하게 만드는 여러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번거로우니 피하라는 의미이다
오늘은 아예 미리 밤을 모두 털어야 겠다.
먹을 것이 없으면 찾아오지 않겠지.
돌이켜 보니 자기 것을 베푸는 것은 고사하고
남의 것에 손 대지 아니하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지 싶다.
수행이란 입속에 넣은 밤톨에 대한 탐욕을 최소화하는 과정이라 정의한다면 과한 일일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