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스님의 성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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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맞는 까치

정명

2009-12-10 13:05

10422

대장전 옆에 2그루의 감나무가 있어요.
나무에는 제힘에 겨워 꼭지는 붙어있고 과육은 바닥에 떨어져 뭉게진 감이 몇개 있고요.
지금 밖을 보니 비가 내려요.
감나무에 까치가 비맞으며 이리 저리 옮겨 다녀요.
나무에 남아 있는 감을 파먹으려는 것이지요.

비를 맞지 않으면 까치는 감을 먹을 수 없습니다.

추운 날씨에 비를 맞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임에 분명하지만
먹을 것을 취하기 위해서는 비를 맞아야만 합니다.

수행도 이와 같습니다.
수행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포기해야하지요.

그것은 돈이나,
관계나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모두를 가지려고 해요.
수행도 성취하고 세속적인 것들도 그대로 유지하려 하지요.

욕심이 아닐까요?

수행이란 욕심을 덜어가는 과정인데도
그것을 알면서면 가슴으론 실천이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저에게 질문을 하면 할말이 없어요.

"스님 두가지를 모두 할 수는 없습니까?"

우리의 인생이란 매순간 의사결정의 연속!

이리로갈까 저리로 갈까?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모든 것은 선택의 연속!

선택은 말 그대로 선택하는 것.

두개를 다 취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둘 중의 하나를 취해야 해요.

간혹 서로가 서로에게 득이 되는 win-win을 말하기도 하지만
이 이면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다른 덕목도 있어요.

두개다 하면 좋지만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순간도 있답니다.

마치 까치가 비를 맞더라도
감을 쪼아야 하는 것처럼....

"스님!
어떤 사람은 두가지를 다하던데요....."

그 사람은 전생에 그러한 복덕을 지었겠지요?

그러는 당신은 어떠한가요?

아니면 세속적인 관점에서는 행복일 수 있지만
초세간의 관점에서는 그것 역시 고달픔인 것을....
..............................................

돈! 필요한 것임에 분명하지만
삼시 세끼면 족하다고 하면 욕하시겠지요?
현실과 동떨어진 답변이라고....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돈이라는 재물은 잠시 우리가 관리인으로서 관리만 하다가
우리가 생을 달리할 때 그 관리권, 그 소유권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는 것!

아닌가요?

그것을 잘모르고 내 앞에 통장이 몇개 있는데....
얼마가 예금되어 있는데 하지만.....
죽을때까지 그 것의 몇 %나 내가 쓰고 갈까요?

잠시 내 명의로 있다가 다른 사람의 명의로 바뀌는 것인데....말이죠.

겨울비...
안개가 끼여서 그런지
까치가 안보이네요.
갔나? ........다 찾아 먹고서........

겨울비 내리는
성전사 산방에서
정명씁니다.

우 레와따 스님께 인사드리고

동치미와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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