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 방송 프로그램 남녀탐구생활이 나오기 전에 개그 만화 < 탐구생활 > 이 있었다. 이런 된장 우라질레이션 같은 성우의 엽기멘트보다 더 황당하고 엽기적인 언어 유희가 난무하는 현존 한국 최강의 장수 개그만화다.
만화가 메가쑈킹(본명 고필헌)이 자기 일상을 그린 모든 만화의 제목으로 삼고 있는 이 탐구생활 시리즈가 이번엔 신혼여행 편으로 나왔다. 2007년 4월 두 달 동안 다녀온 부인 윤혜영씨와의 신혼여행기를 그대로 옮긴 만화 < 혼신의 신혼여행 > (애니북스 펴냄)이다.
만화계에서 신혼여행을 요란뻑쩍지근하게 다녀왔기로 유명한 만화가로는 앞서 이우일씨와 선현경씨 부부가 있다. 신혼집 얻을 돈으로 배낭 여행을 떠나 303일 만에 귀국한 뒤 < 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 > 를 펴내기도 했다. 이우일씨 부부의 열달 짜리 신혼여행에 견주면 기간은 짧지만 메가쑈킹네 신혼여행은 내용 면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자기 만화처럼 독특한 이 만화가는 신혼여행을 남들 다 가는 동남아로 비행기 타고 가는 대신 전국을 자전거로 돌고 왔다. 얼마나 처절했을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그 신혼여행을 특유의 현란한 말장난으로 버무려 한떨기 개그로 승화시켰다. 읽다 보면 혼자 바보처럼 실실 웃게 되는 만화다.
메가쑈킹이 자전거 국토일주 신혼여행을 결심한 것은 자전거로 세계를 일주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기사로 읽은 것이 계기였다. 갑자기 자전거 일주의 꿈에 사로잡힌 작가는 결혼을 앞둔 금보(작가가 부인을 부르는 애칭)를 어떻게 설득시키나 고심고심 끝에 이야기를 꺼낸다. 뜻밖에도 금보는 재미있겠다는 한마디로 동의한다. 전국 각지의 유명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대신 한 끼라도 건너뛰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자전거에 대해선 유일하게 펑크 때우는 법만 배운 작가와 아내는 2007년 초봄 어느날 꾸역꾸역 아침을 챙겨 먹은 뒤 야심 차게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집을 나서자마자 차들이 항문으로 뿜어대는 영양가 풍부한 매연들이 허파꽈리 속으로 야무지게 쏙쏙 자리잡기 시작하는 고생길이 열린다. 이후 두달 내내 툴툴대는 아내를 온갖 감언이설로 꼬시는 남편과 무드라고는 없는 그의 썰렁개그에 맞서 애교와 응전으로 버티는 아내의 밀고 당기기가 이어진다. 후비면 후빌수록 더 안쪽으로 들어가버리는 코딱지 같은 상황을 수시로 만나고, 화장실이 급해 대자연은 애틋한 내 방광을 이해해줄 거야라며 볼일을 보는 일이 일상이 된다. 힘들어 싸운 뒤 곯아떨어져 자고 일어나 화해하기를 반복하면서 두 사람은 미처 몰랐던 나라 속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재미와 결코 제어되지 않는 식탐을 에너지원 삼아 여행을 계속한다. 그리고 두 달 만에 서해안-남해안-동해안을 거쳐 설악산을 넘는, 자신들도 믿기 어려웠던 목표를 달성한다.
제목 그대로 혼신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온 느낌은 어땠을까? 감동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기는커녕 뭔가 지지리도 긴 개꿈을 꾸다가 막 뺨따귀 맞고 일어난 기분처럼 허무하고 무덤덤했다고 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공존하는 자전거 여행이 바로 인생이란 것을 배운 두 사람은 자전거 일주여행보다 더 험난한 평범한 일상이란 여행을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길고도 길었던 신혼여행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