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영군특경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자그리하 성 칼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시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라자그리하로 들어가 차례로 밥을 빌다가 바라드바쟈 바라문 집에 이르렀다.
때에 바라문은 나무그릇에다 많은 음식을 담고 불에 제사하는 제구를 가지고 문 곁에 섰다가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기 서시오. 거기 서시오. 천한 사람이여, 삼가 우리 집 문에 가까이 오지 마시오."
부처님께서는 그 바라문에게 말씀하시었다.
"너는 천한 사람과 천한 사람의 법을 아느냐."
"나는 천한 사람도 알지 못하고 또한 천한 사람의 법도 알지 못합니다. 사문 고타마님은 천한 사람과 천한 사람의 법을 아십니까."
"나는 천한 사람과 천한 사람의 법을 잘 아느니라."
때에 바라문은 곧 불을 섬기는 제구를 놓고 얼른 자리를 깔고 부처님께 앉으시기를 청하면서 여쭈었다.
"고타마시여, 나를 위해 천한 사람과 천한 사람의 법을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자리에 앉으시어 그를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성내어 마음에 원한을 품고
모든 허물을 숨기고 덮으며
계를 범하고 나쁜 소견을 일으켜
거짓을 꾸미고 진실하지 않은,
마땅히 알라, 이런 사람
그는 바로 천한 사람이니라.
사납고 탐욕 있어 아낌이 많고
나쁜 욕심으로 속이고 아첨하며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없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혹은 일생이나 혹은 이생의
세상 중생을 모두 해쳐 죽이며
애처로이 여기는 마음 없는
이를 천한 사람이라 이르느니라.
만일 부락이나 성이나 읍 사람을
혹은 죽이거나 결박하고 때리면
이유 없이 핍박하고 또 꾸짖는다면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어디서 머물거나 길을 갈 때에
대중의 앞잡이나 우두머리 되어
그들을 괴롭히고 등급 내리며
괴롭히고 또 협박함으로써
이익을 찾아 자기 몸을 기르는 사람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부락이나 또 빈곳에서
주인 있는 물건을
몰래 가져 자기 소유 만드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스스로 그 아내 박대에 버리고
또 창녀의 집에 가고
남의 여자를 억지로 욕 뵈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안팎의 모든 친척들이나
친히 사귀는 착한 벗들의
사랑하는 여자들을 침범하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거짓말로써 남을 속여
증서 없는 재물을 빼앗아
남이 요구하여도 돌려주지 않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하여
또는 책임이나 재물을 위하여
거짓으로 증명하나니
그와 같이 거지말하는 사람들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악하고 착하지 않은 업을 짓고도
만일 그것을 아는 사람 없으면
그 죄를 숨기고 감춰 두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만일 사람이 어떤 어떤 이치 물으면
이치 아닌 것으로 그에게 대답하여
거꾸로 그 사람 속이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진실로 그런 일 전혀 없는데
미련한 사람으로 만드는 일 위해
지혜로운 사람을 업신여겨 헐뜯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교만하여 스스로 잘났다 칭찬하고
다른 사람을 헐어서 말하는 사람
이런 지극히 야비한 사람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스스로 여러 가지 죄를 짓고서
그 허물 남에게 덮어씌우고
거짓말 깨끗하다 자랑하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전에는 그 사람의 은혜 받다가
만일 그 사람이 나를 찾으면
그 은혜 생각 다시 없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사문이나 또 혹은 바라문들이
찾아 와서 법다이 물건을 빌면
화내어 꾸짖으며 주지 않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부모가 늙음으로써
젊은 기분이 완전히 없어져도
힘써 받들어 섬기고자 않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부모와 또 모든 어른과 형제와
또 친한 권속들에게
사실로 아라한이 아니면서도
스스로 아라한 덕 자랑하나니
이는 세상의 큰 도적이라
미땅히 알라 그는 천한 사람이다.
당초에 훌륭한 종성으로 태어나
바라문의 경전을 배워 익히다가도
그만 그 중간에 이르러서는
모든 나쁜 업을 익혀 행하면
훌륭한 종성으로 태어났다 해서
꾸짖음과 나쁜 세계 면하지 못하나니
살아서는 이 세상의 꾸짖음 받고
죽어서는 나쁜 곳에 떨어지리라.
바록 찬다알라 집에 태어났어도
세상에서는 수다라라 일컬어도,
깨끗한 하늘로 오르는 길을 타고
평등하고 또 정직하게 살아가면
그는 그 종성이 장애가 되어
범천에 나는 것을 방해받지 않나니
살아서는 좋은 명예가 있고
죽어서는 좋은 곳에 태어나리라.
너는 마땅히 알라 두 가지 종성
그에 대해 나는 이렇게 말하노라
태어난 종성으로 천한 사람 아니요
태어난 종성으로 귀한 사람이 아니다.
그 행위 때문에 천한 사람이 되며
그 행위 때문에 귀한 사람 되느니라.
바라문은 부처님께 게송으로 여쭈었다.
그렇습니다. 큰 정진이시여.
그럿습니다. 큰 무늬시여.
태어난 종성으로 천한 사람이 아니요
태어난 종성으로 귀한 사람이 아니라
그 행위 때문에 천한 사람 되고
그 행위 때문에 귀한 사람 되나이다.
때에 불을 섬기는 바라드바쟈 바라문은 믿는 마음을 얻어 한 바리 가득한 좋은 음식을 세존께 바쳤으나 세존께서는 받지 않으시었다. 그것은 게송으로써 얻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불을 섬기는 바라드바쟈 바라문은 믿는 마음이 더욱 더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이제 이 바른 법률안에서 집을 나와 구족계를 받을 수 있겠나이까."
"너는 이제 이 바른 법을 법률안에서 집을 나와 구족계를 받을 수 있느니라."
그는 곧 집을 나와 혼자 고요히 생각하였으니
족성자로서 수염과 머리를 깍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집이 없이 도를 배우고 법행을 닦는 까닭은 법을 보아 스스로 알고 스스로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 있다 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때에 따라 바라드바쟈 바라문은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잘 해탈하자 스스로 기쁨과 즐거움 깨달아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도가 아닌 것으로써 청정을 구해
불을 공양하고 제사 지내었네
청정의 길을 알지 못한 것
그것은 마치 눈 뜬 장님 같았네
이제는 이미 안락을 얻어
집을 나와 구족계 받고
세 가지 밝음까지 얻게 됐으니
부처님의 가르침심 이미 이루었도다.
전에는 바라문 되기 어려웠더니
이제는 이미 바라문 되었네.
티끌과 때를 다 씨어 버리고
모든 하늘의 저쪽 언덕에 건너갔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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