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파아옥에서 한철 잘 살고 왔습니다. 많이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오직 한길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과거에 지은 공덕의 정도와 현재 처한 조건사이의 결과라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성전사에 눈이 옵니다. 한국 만큼 수행환경이 좋은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작은 토굴이지만 성전사도 훌륭한 수행도량이라는 생각입니다.
출발할때는 무더운 여름이었는데 가을은 없고 눈내리는 겨울입니다.
창문을 열고 밖으보니 밀가루같이 고운 눈이 아래로 흔들리지 않고 내립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게지요.
우리 마음속의 갈애의 불길은 언제나 잡힐까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섭니다. 바로 이 순간을 놓쳤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깨어있는다는 말이 얼마나 어렵고 그 상태가 어떠한 상태라는 것을 금번 수행을 통해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큰 수확입니다. 보이는 순간 대상은 단지 형상으로서 소리는 단지 소리로서 냄새는 단지 냄새로서 맛은 단지 맛으로서 맛은 단지 맛으로서 감촉은 단지 감촉으로써 존재할 뿐인것을 아주짧은 순간 마음챙김을 놓친다면 형상은 여자와 남자, 중생과 사물로서 인식하게되고 소리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부여된 소리로 들리며 맛은 좋음과 싫음 어느 한쪽으로 기울게 되며 감촉도 갈애와 성냄의 대상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러니 단지 맛은 맛으로서 형상은 단지 형상으로써 안다는 것은 100% 깨어있을 때만이 가능한 일임을....
아주 짧은 순간이 이 것이 그것이구나 하고 인식하는 순간에 이미 망친 것이니 어렵고도 가야할 길이 먼것이지요.
하지만 오직 이 길만이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임이 확실한 것을 어찌 머뭇거릴수 있으리오.
지금도 성전사 유리창 너머로 없어진 가을을 대신하여 밀가루같은 눈이 아래로 소리없이 내립니다.
몇년이나 이러한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인연생 인연멸 구애받지 않은 살림살이는 언제나 살아보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