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단기출가학교에 특강을 하고 왔습니다. 모두 47명의 단기 출가자들이 오후 불식을 하면서 수행에 정진하고 있었습니다. 질문을 하면 소리로 하는 대답대신에 합장을 하고 허리를 숙여서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스님들이 생활하는 오대산 월정사 단기출가 학교의 특성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오대산 저는 출가전에 평창에서 조직개발차원에서 기업의 팀장들을 대상으로 레프팅과 워크샵 목적으로 평창에 다녀온적은 있지만 적멸보궁과 월정사 그리고 상원사는 처음이었습니다.
특강은 오후 2시부터 였는데 아침 다섯시에 김천에서 출발하여 월정사에 도착하니 아침 8시30분이었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스님들을 방해할듯하여 먼저 적멸보궁을 참배코저 차를 몰아 상원사까지 갔습니다.
상원사입구에 고양이 모양의 석상이 문수전 앞에 있습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조선 세조때 문수전에 들어가려하니 고양이가 앞을 막고 뒷꿈치를 물어 신하로 하여금 안을 살피게 하니 부처님 탁자밑의 자객이 있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를 기리기 위하여 석상을 조성하였다 합니다.
상원사를 6.25의 참화로 부터 지키시고 좌탈입망하신 선사께서 주석하시던 사찰이고 보니 근대 선승의 기개높음이 자연스럽게 가슴으로 전해집니다.
저 자신에게는 책에 있는 많은 고승들 보다도 바로 얼마전까지 우리 곁에 게시면서 북한군의 소굴이 되는 것을 우려한 국군이 근거지를 태우려고 올라온 것을 자신도 함께 불태우라는 의위를 보이시어 책임자가 감동을 받아 문짝을 대신 태우는 것으로 전화를 면하였다고 하니 아무도 쉽게 흉내낼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평소에는 자신의 기개와 각오가 굳센것 같지만 자신의 밥줄과 연관된 것이거나 더욱이 생명에 관련된 일 앞에서는 얼마나 자신의 의지가 나약한 것인지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푸른 소나무는 한겨울에도 자신의 푸름을 잃지 않음으로 정조를 지킨다 하였으니 어려움을 격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것의 어려움을 어찌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더욱이 선사의 고귀함이 가슴으로 전해집니다.
아침 하늘에는 조금씩 눈발이 휘날리고 있습니다. 찻집에서 적멸보궁 가는 길을 물으니 스님들이 이용하는 길이라며 계단길을 알려주었습니다.
20분이면 된다는 말을 듣고 20분으로 오르니 중대에 다다랐습니다. 가파른 산등에 계단과 같은 여러 지붕으로 전각을 지어 놓았습니다. 그곳으로 부터 다시 물으니 20분이면 된다하니 웃음이 흘러나왔습니다.
그 자리도 아닌 것이 다시 20분..... 밖은 영하의 날씨이지만 솜두루마기안속의 몸은 뜨겁고 털모자 안쪽의 깎은 머리에서는 김이 올라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계단길을 굽이 굽이 돌아 올라가니 마침내 적멸보궁 어딘가 사진에서는 탑이 있었던듯한데 탑은 보이지 않고 조그만 전각하나에 적멸보궁이라 써 있고 안에서는 석가모니불 정근이 한창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3-4평 정도의 적은 공간에 10여명의 참배객과 3분의 스님들이 정근을 하여 들어간 틈이 없어 마루에서 삼배로서 인사를 대신하였습니다.
다시 미끄러운 눈길을 가드레일을 의지하여 내려와 시계를 보니 10시20분 상원사 앞에 주차해놓은 차를 타고 월정사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대의 관광차를 보았습니다. 눈발이 휘날리는 한 겨울에도 아이젠을 착용한 등산복 차림의 많은 무리들...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정상에 오르려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월정사에 도착하니 10시 35분 원주실에서 스님을 찾으니 스님 한분이 안내해 주었습니다.
월정사는 어디를 둘러보아도 새로이 깍아 세운 전각들이 대부분이었고 명상센터(수행관)를 새로이 크게 신축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대산의 기운과 풍광속의 월정사는 과연 그림속에 나오는 오래된 수행처의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주변에 쭉쭉뻗은 전나무들을 병풍으로 삼고 바위산들을 배경으로 삼으니 그 속은 아늑함이 마음의 고요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습니다.
47명의 단기출가자들의 질문에도 뜨거운 삶의 무게와 괴로움 소멸에 대한 열정들로 가득차 있어 90분간의 응답을 메아리처럼 마치니 목안이 컬컬하니 소리를 높고도 많이 한 모양입니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하는 스님과 함께 춘천막국수로 목을 축이고 삶의 향기와 의지처로써 자량을 삼으니 어느덧 배가 불러 숨을 헐떡이게 되었습니다.
저를 주겠다고 오대산 산채반찬 세가지를 가져오신 원주스님을 보고 어른 스님께서는 헐떡인다 이제 가실 시간이다하여 자리를 일어나니 그 간에 나누었던 짧은 시간속에 수행자의 고뇌가 되살아 납니다.
이미가 맑아 수행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었고 속마음을 비추었으니 고뇌를 읽었으며 오대산 반찬을 손에 들려주시니 후배를 자리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