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신지원 기자]
취업준비생 A씨는 요즘 주체할 수 없는 식욕 때문에 고민이다. 1주일에 10개 내외의 자기소개서를 쓰고 또 그 만큼의 낙방 소식을 접하다 보니 먹는 것으로 감정을 달래기 일쑤다. 과자며 빵, 음료수 등 하루 간식비만 해도 만 원이 넘는다.
"원래 간식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서류에서 자꾸 떨어지거나 친구의 합격 소식을 들을 때면 더 먹는 것에 집착을 하게 되더라고요. 따로 시간을 내서 휴식을 취하거나 기분 전환을 할 여유가 없다 보니 마음을 달래기가 힘들어요."
취업 스트레스보다 불어나는 살과 식욕이 더 스트레스라는 A씨는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데도 자꾸 음식을 탐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최근
간헐적 단식, 효소 열풍 등 건강을 지키면서도 체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유행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식습관을 바꾸고, 건강 보조제를 섭취하는 것보다 식욕의 원인을 다스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A씨와 같이 배가 고프지 않아도 불필요한 식욕을 느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식욕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상담심리학 박사이자 심리치료사인 도린 버츄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신체적 허기'와 '감정적 허기'가 있다.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할 때 느끼는 배고픔은 자연스러운 '신체적 허기'지만, 식사를 하고도 자꾸만 음식 생각이 난다면 이것은 '감정적 허기' 때문에 생긴 가짜 식욕이다.
이 가짜 식욕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을 통해 없앨 수 있다. 감정적 과식을 유발하는 네 가지 기본 감정인 두려움, 분노, 긴장, 수치심을 다스리면 음식에 대한 열망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눈 앞의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거나 통제 불가능한 감정을 해소하려고 과식을 하고, 이를 되풀이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신체적 허기와 감정적 허기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도린 버츄는 자신이 먹고 있음을 의식하고,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만족한다면 신체적 허기에 해당되지만, 느닷없이 특정 음식이 당기거나 기계적으로 계속 음식을 먹는다면 감정적 허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전자의 경우 음식 섭취 후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지만, 후자의 경우 음식을 먹고 나서 죄책감에 휩싸인다.
이처럼 식욕은 현재의 심리 상태와 깊은 관련이 있다. 초콜릿에 대한 집착은 사랑과 애정에 불만이 있다는 의미이고, 유제품 갈망은 우울한 마음의 발현이다. 감자 칩이나 팝콘처럼 씹었을 때 소리가 나는 음식에 대한 욕구는 긴장과 분노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바삭거리는 음식은 먹을 때마다 소리와 함께 감정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일만 많이 하고 놀지 못하는 사람은 매운 음식을 갈망한다. 일상에서 자신이 기대한 성과에 만족하지 못했을 때 그 실망감을 음식으로 채우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불필요한 식욕에 반응하여 음식을 먹는 것은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행위다. 불어나는 체중으로 생기는 스트레스와 비만, 고혈압 등의 질병은 더 큰 고민거리를 안겨다 줄 것이다. 식사를 하고도 간식이 당긴다면, 음식에 손을 대기 전에 먼저 마음 상태를 들여다 보자. 감정적 허기로 생기는 가짜 식욕도 다스리고 자신을 이해하는 힘도 커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