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 수행의 특징은 여실지견이다.
몸과 마음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이때 보아야 하는 대상은 궁극적 실재로 진제(眞諦)이다.
여기에는 물질과 마음과 마음부수 그리고 닙바나로 4가지이다.
물질은 구체적인 물질 18가지, 마음을 인식과정의 알음알이, 마음부수는 각 심찰라에 해당하는 심리적 상태 혹은 현상들이다.
이러한 궁극적 실재들은 수행자가 처음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만약 백지상태에서 지도법사에게 안내를 받아 확인하지 않고
사전에 이야기를 듣거나 책을 통해 공부를 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우리는 어떤 대상에 대해서 그것을 해석하기 위한 고유의 표시를 해두는데
이것을 인식(想)이라 한다.
즉 사물을 이해할 때는 자신만의 안경을 통해 외부의 세계를 인식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개인이 책등을 통해 쌓아놓은 지식은
궁극적 실재의 차원으로 들어가면 전혀 쓸모가 없다.
예를 들어 빛이라는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태양을 빛이라하고
어떤 이는 전구의 빛을 빛이라 하고
어떤 이는 문풍지를 통해 새어나오는 것을 빛이라 정의한다.
그런데 만약 지도법사가 빛을 보라는 숙제를 내어 주었다면
각 개인은 자기가 생각하는 빛을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문제는 지도법사의 빛, 즉 궁극적 실재라는 놈들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오로지 체험을 통해서만이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교학 공부의 문제가 발생한다.
수행을 지도하다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수행자의 성취가 빠르다.
백지가 좋다.
만약 공부를 하려면 지도법사에게 받은 숙제를
경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
논에서는 어떻게 설명하며
주석서에서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훌륭하다.
이렇게 공부한다음 눈 감고 앉아서 명상을 통해 그것을 확인해 본다음
지도법사에게 체험을 확인 받는다.
그리고 통과되면 그 다음을 숙제를 받고
이것을 반복해 나간다.
이렇게 위빳사나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면
교학은 완성된다.
왜냐하면 교학은 수행의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체험이 없는 교학공부는 국맛을 모르는 국자와 같고
장님이 코끼리 만져보고 판단해보는 것과 같아
이렇게 형성된 지식은 수행의 장애가 된다.
수행을 잘해보려한다면
지도법사를 정하고 그의 안내에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