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구애는 전국을 뒤덮고 있다. 각 진영은 ‘공약(公約)’을 쏟아 내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공약(空約)으로 들리기 일쑤이다. 불교계도 대선바람에 휩싸였다. 출가자는 물론 재가자들까지 나서 ‘지지선언’을 쏟아 내면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만이 국가를 살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어떤 인물을 지도자로 뽑아야 할까.
대통령의 덕목은 ‘신뢰’…욕심 버려라
만약 탄허 스님이 살아계셨다면 18대 대통령 선거에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탄허 스님은 <탄허록>에 예언 아닌 예언을 남겼다. 미래사회의 주인공들에게 남긴 예지와 지혜다.
탄허 스님은 ‘지도자’의 첫 덕목을 ‘신뢰’라고 말한다.
그는 한 나라에 지도자가 나올 때면 국민들은 기대와 소망을 갖지만, ‘신뢰’를 잃고 기대를 버린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지도자의 말을 듣지만 나중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님은 “법과 영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먼저 지도자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도자에게는 욕심을 버리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탐심이 많은 지도자는 권력을 통해 제 욕심만 채우므로 백성들이 곤고(困苦)해 진다.”고 했다.
성장보다는 ‘공평한 분배’ 걱정해야…GDP는 숫자놀음
몇 해 전까지 우리 사회에서 보수의 이념은 ‘선진화·성장’이었고, 진보는 ‘복지·분배’였다. 하지만 최근 보수와 진보 모두 ‘복지·분배’로 쏠리면서 이념 지형이 급변했다.
탄허 스님이 계셨다면 선진화와 복지, 성장과 분배 어느 쪽의 손을 들어 주었을까. 탄허 스님의 답은 ‘공평한 분배’이다.
그는 “먹을 게 적은 것 보다 공평하게 분배 못하는 것을 걱정하라”고 예견하면서 1인당 국민총소득(GNP)을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먹고살기가 편해졌다고 하지만 역시 급선무는 민생고 해결에 있다. 국민소득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국민이 살기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생각해 볼 일”이라며 “국민 개개인의 소득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국민 총소득을 가지고 국민 1인당으로 나눠 평균치를 낸 것이니 참 애매한 숫자 놀음이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탄허 스님은 “사람의 각박한 마음을 없애 주는 길은 민생고를 해결해 주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민생고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은 정치인들 때문에 국민들은 항상 고통 속에 살며 그로 인해 빈부차가 갈수록 양극화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평한 분배’를 강조한다.
그는 “정치가의 역할이 막중하다. 그들 손에 우리나라의 흥망성쇠가 달려있다. 우선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낮은 차원의 행정에서부터 변혁을 가져와야 한다”면서 “악착같이 받아내는 정책 보다는 분배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사안(私案)보다는 공안(公案)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허 스님 “젊은이들의 말에 더 귀 기울여라”
정치인들은 누구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까. 탄허 스님의 답은 ‘국가의 미래를 밤새워 고민하는 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라’이다. ‘젊은이들의 말’에 더 귀 기울일 것도 당부한다.
탄허 스님은 “늙은이의 말과 젊은이의 말과 어린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그중 젊은이의 말을 좀 더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년 전 태어난 탄허 스님의 젊은이들의 말을 중시하라는 충고는 미래사회의 주인공들을 위한 ‘지혜’이자 ‘예견’에 가깝게 느껴진다.
지난 10일 열린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의 쟁점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었다. 보수 진영의 박근혜 후보(새누리당)는 재벌위주의 경제성장을 말하면서 경제민주화와 ‘줄푸세’가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 진영의 문재인 후보(민주통합당)는 “재벌 개혁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재벌이 가진 순기능과 세계적 경쟁력까지 해쳐서는 안 된다”며 “재벌개혁의 목표는 재벌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후보(통합진보당)는 토론 시작부터 삼성 이건희, 현대 정몽구 회장을 정조준하고 재벌 해체를 주장했다.
돈벌이 기업 주장 보다 미래 주시…미래는 위대한 복지사회
기업을 보는 시각은 후보마다 제각각이었다. 탄허 스님의 답은 ‘기업가의 주장 보다는 학자 등의 말에 귀 기울이라’는 것이다.
그는 “돈벌이를 하는 기업가의 건의나 주장보다는 밤새워 고민하는 국가의 미래를 주시하는 학자, 철학자 그리고 종교가의 말을 우선적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또 ‘국민을 위한 철학부터 갖춰라’고 강조하며 “정치의 기강이 바로 세워지지 않으면 도둑이 판을 치고, 정치는 파리 같은 인간들의 독무대가 되고 말 것이다. 정치만을 위한 정치는 백해무익하다”고 지적한다.
탄허 스님이 본 미래사회는 ‘위대한 복지사회’라고 할 수 있다.
스님은 “미래사회를 준비할 도의적 인물이 절실하다”면서 “오래지 않아 훌륭한 인물이 나와서 국가 원수를 중심으로 단결하여 통일하고 평화로운 국가를 건설할 것이다. 우리의 국위를 크게 선양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문화는 다른 모든 나라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러면 국운이 트이는 시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탄허 스님은 “위대한 복지사회를 건설하기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일을 과감하게 잘라 내고 정화하는 것만이 복지사회를 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는 길”이라고 잘라 말한다.
탄허 스님은 동양의 역학 원리로 어제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내일의 역사를 예지한 선지식이자 선지자였으며, 비록 몸은 산간에 머물렀으나 눈은 우주의 운행을 꿰뚫어 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탄허 스님이 쓴 <탄허록>은 여러 근거를 들어 한반도와 국제정세를 예측한다. 우리나라의 장래는 매우 밝다고 말한다. 과거에 우리 민족은 수많은 외국의 침략과 압제 속에서 살아 왔으며, 역사적으로 빈곤과 역경 속에 살아 왔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우리나라에는 위대한 인물들이 나와서 분단된 조국을 통일하고, 평화로운 국가를 건설할 것이며, 모든 국내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나라의 국위를 선양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 “우리의 새로운 문화는 다른 모든 국가의 귀감이 될 것이며 전 세계로 전파될 것”임을 예견했다. 마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의 이목을 끌 것을 예언한 것처럼 느껴진다.
탄허 스님이 말한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지는 위대한 복지국가를 건설할 지도자는 누가될까. 탄허 스님은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19일 국민들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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