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외 명상의 항속성은 무엇이 있을까. ‘불교명상, 독점은 없다’를 강조하는 피터 스킬링 교수(프랑스 극동학원EFEO 불교책임연구자)는 명상의 전통을 밝힐 자료로 테라바다전통에서 전승한 경전 <무애해도> <청정도론>에 주목했다.
성철스님 탄신100주년 기념 국제학술포럼 첫 발제자로 11월 29일 나선 그는, 빠알리어로 된 둘의 존재에 대해 “이와 연관된 <해탈도론>도 인도의 원본은 실종 빠알리어로 재구성, 새 번역이 최근 주목 받고 있다”면서 “붓다고사의 위숫디막가가 인도기원의 언어로 된 가장 최근의 포괄적인 안내서이고 이어 꾸마라쉴라의 수습차제가 있고 비숫디막가의 유통은 주로 스리랑카에 국한돼, 2000년대의 동남아시아까지 다른 곳에 발견 증거가 없어 세계적 불교 고전이라는 지위는 아비담마와 부파불교의 강조와 함께 20세기의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대조되는 비뭇띠막가에 대해 “동남아시아에서 유통되었고 중국으로 넘어가 번역 중국어로 보존되고, 티베트어로 번역된 발췌본은 9세기 초 북인도에서 유통되거나, 일부가 12세기에 유통되었다”면서 “장대하고 복잡한 이 경전은 테라바다의 초기 학자들 참고문헌이었다”고 밝혔다.
요가에 대한 기록서인 근본설일체유부 문헌으로 3-4세기 백과사전형인 <요가짜라무니(Yogācārabhūmi)>에 대해 “요가수행의 개론서로서 부파를 초월해 심신복합체·감관·심리학·정신작용의 인식론을 포괄하는 정신문화에 있어 최고본이라도 ‘중관지’ ‘중관행’ 식의 명상 안내서는 없다”면서 “단지 그 일부인 <스라바카무니(Śrāvakabhūmi)>가 수행과 명상에 가장 중요한 고전 문헌이 된다”고 말하고, 이에 대해 “거의 완벽한 산스크리트 문헌과 훌륭한 티베트 번역(중국어 번역본 또한)이 있어 여기서 알아차림 부분과 호흡과정의 알아차림 (ānāpānasmṛti)이 기술됐다”고 밝혔다.
이 요가짜라 전통에 대해 “호흡에 관한 명상이 불교수행의 핵심방법인 근원”이라며 “몇몇 자료만이 실질적 디테일들로 채워져, 장대한 분류법 리스트를 조심스레 정리했던 수행자들이 아비달마 요약문보다는 요가짜라 수행자의 입과 펜으로부터 곧바로 전승됐다”고 밝혔다.
그 결과 빠알리 경전이나 한역 아함경에는 호흡의 주의깊음에 대한 경이 있고, 최근 틱낫한 스님은 <마짓마니까야>로부터의 고전 빠알리어 버전를 포함해 <잡아함>에서 특유의 명상이론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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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학술포럼에서 피터 스킬링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
간화선 분석으로 명상의 흐름을 분석한 로버트 버스웰 교수(미국 UCLA)는 “간화선은 동아시아 불교명상 전통의 고유한 산물로서 불교에서 차원이 다른 자신들만의 명상법을 발전시켰다”면서 “고요함과 직관(止觀) 삼매·지혜(三昧-智慧)와 같은 인도-중국의 수행법을 단계적(漸悟)이라고 비판하고 선(禪)이 더 직접적이고 ‘단박에 깨닫는(頓悟)’ 접근이란 주장에서 명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특히 “새 명상법으로 인해 선불교는 혁신적 형태의 종교 언어를 실험하고, 선이 동아시아의 불교 전통으로부터 독립적임을 보여줬다”면서 “선은 최종적으로 예변법적(豫辨法的)이고 전환적(悛換的)이라고 여겨지는 짧은 수사법을 택해 인도·중국 불교의 장황한 교의적 용어들을 버렸다”고 밝히고, 그 매개제로서 명상의 가치가 ‘토착화’와 ‘창조성’ ‘활력성’에 있음을 발굴해냈다.
‘측량’ 뜻에서 파생된 라틴어 ‘meditari(고찰·점검·의도하다)’에서 유래한 명상은 기독교의 기도를 함의한 서구적 정의를 비롯해 동양에서는 요가ㆍ도교 등에서도 사용하나 ‘힌두명상’ ‘도교명상’의 서적은 드물고 이제는 불교가 명상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정한 것보다 불교도 명상 참여는 아주 적을 것이며, 명상 상태에 관한 글도 마찬가지”란 이론을 제시한 요하네스 브롱코스트 교수(스위스 로잔대)는 "초기경전 명상법 명확하지 않다"면서 “심리적 괴로움로부터의 자유와 진정한 즐거움의 근원에 대한 ‘발견’”에 주목하고 “즐거움의 오래된 근원으로서 마음을 일으키는 기억의 ‘수축’”이란 이론도식을 초기명상에 적용했다.
그는 특히 명상 연구자들이 ‘고정관념’을 버려야 불교경전 속의 명상에 대한 과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문헌적 편협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상의 ‘장소적 특성’을 분석한 정덕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은 “불교 성공 요인으로 철학적 설득력이나 계를 지키는 순수함 보다는 고행·명상을 통해 얻는 힘을 중요시한다”면서 붓다와 제자들에 의해 구현돼 동아시아에 퍼진 나한신앙의 모델을 분석했다.
500나한 중 225번 나한인 원만(圓滿, Pūrṇa)존자에 대해 “빨리어경전(PS)에서 출가한 원만에게 가장 중요점이 적당한 명상장소를 찾는 것이고, 수나발나득가국으로 떠난 이유도 마찬가지이나, <원만존자전>에서 포악한 외도들을 교화하기 위해 수나발나득가국으로 가는 것과 대비가 된다”면서 “원만이 전생과 현생에서 승가를 구성하는 두 축인 숲속 거주(araṇyavāsin) 명상수행자(dhyāyin)를 대변”하는 것에 주목하고, “공동체 안에서의 교학 수행과 홀로 수행 해탈 구현의 극적 대비가 명상에서 갈라진다”고 밝혔다.
결론에서는 그는 역할이 크지 않은 명상이 신통의 일부로 대중교화에 방편으로 등장한다면서 “불교수행자의 절대적 모습을 만드는데 기여한 명상이 수행자가 대중의 필요시 언제든 도와준다는 이미지를 형성해 나한신앙을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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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안성두 교수(철학과)가 질의를 하고 있다. |
케이트 크로스비 교수(영국 런던대학)는 18세기 테라와다 불교 명상을 5세기 초기불교와의 불연속성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고대 보란 업처(borān kammaṭṭhāna) 명상수행을 통해 18세기 테라와다의 모델을 분석했다.
그는 “불교명상이 지니는 동적 요소를 의학과 문화적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보란 업처 명상 수행운동은 인도의 과학적 문화적 바탕에서 생겨난 다른 전통과 마찬가지로 동일선상에서 발전적인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태국의 신화적인 지도자 ‘탁신왕’의 설화에 나타나는 양면성을 통해 명상수행을 분석한 아티드 세라바닉쿨 교수(태국 출라롱콘대학)은 “몇몇 설화에서 명상수행은 탁신왕을 종교적 광신자로서 묘사하며 그의 최후를 합리화하는데 사용하지만 다른 설화들에서는 명상수행을 통해서 탁신왕을 보살이자 도덕적인 군주로서 태국의 존속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왕위를 희생하는 영웅으로 나타난다”면서 “이런 극단적 분리는 톰부리 왕가에서 차크리 왕조가 성립되던 시기에 태국 사람들의 탁신왕에 대한 태도와 그의 명상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화에서 황소와 명상을 대비해 ‘자아’를 분석한 제레온 코프 교수(미국 루터대학)는 “황소를 인도하는 그림들은 선불교 전통에서 800년 이상 사용돼 중국 송나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곽암 선사가 만든 이 그림들은 비유적으로 한 소년이 황소를 원하고 찾고 길들이는 과정을 무명(avidyā) 공성(śūnyatā) 지혜(prajñā) 자비(karuṇā) 등으로 인식론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설명했다”고 말하고, “전통적으로 소년은 명상을 하고 있는 수행자의 의식을 상징하고 황소는 수행자의 진실된 자아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황소를 진실된 자아로 해석하는 것은 천태(天台)학의 특징의 하나인 본각(本覺)사상이 일본 선불교에 준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통적인 해석과는 반대로 황소가 명상의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잊혀져 버린 명상의 주체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인식대상을 상징한다”고 결론을 제시하며, 주류 불교명상전통의 수행서와 이론들과 다른 해석학적 접근을 밝혔다.
‘티베트불교 명상전통에의 돈오 요소’로서 명상을 분석한 아힘 바이어 교수(동국대)는 “전통적 티베트 역사는 마하연을 중국불교의 화신으로 보면서 돈오 이론이 악마적으로 간주됐다”면서, 초기 티베트의 티송데첸왕이 중국불교를 물리치고 점수를 중심으로 하는 인도의 순수한 가르침을 받아들이려 한 의미에 대해, “이는 국가적 명성과 정치적 종교적 권위를 함축하고 있어 돈오와 점수에 관련된 이미지는 진부한 정치·문화적 의미로 격하됐다”고 밝히고, “이러한 오해들이 돈오와 점수에 관한 토의에 여전히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돈오와 점수가 존재론적·구원론적 조화와 관련, “돈오와 점수에 관련된 버틀란트 러셀의 가장 야만적인 논쟁은 어느 쪽으로도 결정적 증거가 나타나지 않지만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 쟁점들은 단순한 대화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란 접근을 통해 “티베트의 비극적 돈오·점수 논쟁들처럼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깨달음의 방법에 대한 다양한 집단의 논의가 한 집단이 분석적이고 점진적인 수행적 접근을 하고 다른 한쪽은 합일과 초월 즉각적인 접근을 고수한다는 양극으로 단순 분류는 설립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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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학술포럼은 진지하게 경청하는 방청석의 열기로 뜨거웠다. |
결과적으로 그는 “어떤 이항대립도 이 담론의 역사적 분석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으며, 합일의 궁극적 목적이 경시될 수 없음도 제시해 준다”면서 “반야심경의 판본에서 고전 한역본은 역설적 해체를 위한 냉철한 언어를 사용해 중관적이고 부정적 관점을 보인 반면 티베트어본과 범어본은 이러한 급진적 접근을 긍정적인 초월성에 대한 암시들로 경감시켰다”고 분석했다.
이어 찰스 뮐러 교수(일본 도쿄대학)는 “불교 명상은 형태와 전통과 시기적으로 그릇된 견해를 바로잡는 것에 있다”면서 “수많은 명상 학파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릇된 견해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어왔기 때문”이라며, 다만 “견해의 유해성을 탈피한 정견조차도 접근에서 세간적 관점과 달리 출세간적 관점에서만 그릇된 견해를 정의하는 것이 미세한 문제들을 만들어낸다”고 밝혔다.
가령, ’견해를 아는 것‘과 ‘견해에 집착하는 것’ 사이에는 더 많은 공통점이 있으며, 불교 명상 전통에서 ‘견해를 만드는 것을 완전히 차단’이란 명제는 너무도 많다는 점을 들었다.
결국 그는 “깨달음을 얻은 존재들조차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의식의 필수적 요소로서 견해가 있다”는 점과 “아무리 고귀하고 심오할지라도 견해를 취하는 한 단지 잘못되었고 고정된다는 보는 불교 철학자들이 존재론적 입장에 관한 극단적 범주”를 통해 “불교경전이 가르치는 ‘무견(無見)상태의 마음’인—개념적 틀의 완전한 부재—와 같은 것은 인간에게는 과연 가능한가”란 의제를 새로 제시했다.
그는 “무견이 붓다들의 깨달은 의식의 특질이고,이 유가학파의 거울 같은 의식(鏡智)의 개념들이 지시하는 것이라면, 그 의식은 완전히 한정된 테두리 없이 작용하고 모든 선입관 없이 모든 상황에서 적절하게 즉흥적으로 반응해야 한다”면서 이를 과연 불교의 궁극적 가르침으로 이해해야 할까라고 제안했다.
‘한국불교명상과 돈오돈수’를 발표한 윤원철 교수(서울대)는 “성철스님의 돈점논쟁은 올바른 선불교 수행법의 정립과 선양에 대한 실천적 관심, 선불교의 수행과 깨침에 관한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사안에의 학술적 노력을 촉발시켰다”면서 “다만 그 개념에 대해 실체론적이고 교조주의적인 해석을 덮어씌움으로써 발생하는 각종 오해와 어휘의 혼란이 논의가 발전적으로 전개되는 데 장애로 작용하는 역기능도 발생했다”고 말하고, “성철스님 법문에서 실체론적 어감을 강하게 발휘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나 그 법문을 방편설로 보고 접근해야지 실체론적인 명제들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과 불교신문이 공동주최한 성철스님 탄신100주년 기념 국제학술포럼은 11월29·30일 양일간 동국대에서 진행됐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