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통해 수행자 모습 갖춰가야”
백담사 기본선원 한글염불교육 현장
데스크승인 2012.10.23 10:56:08 인제=어현경 기자 | eonaldo@ibulgyo.com
백담사 기본선원에서 한글염불 강의를 하는 염불교육도감 화암스님.
“저희 이제 청정수를 감로다 삼아 삼보님전 올리오니 자비로 받으소서.”
설악산 단풍이 절정에 달한 10월20일, 백담사 마당을 가득 메운 건 행락객이 아닌 염불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백담사 기본선원 학인 스님들이다. 기본선원에서 처음으로 마련된 염불특강에서 한글의식을 공부하는 것이다.
참선 수행을 중심으로 하는 승가기본교육기관인 기본선원에서 들리는 염불소리가 희귀한 것을 아는지, 단풍객들도 가는 길을 멈추고 스님들의 염불에 귀를 기울였다.
이번 특강은 한글염불의례 대중화를 위해 승가기본교육기관서 한글 칠정례와 반야심경 교육을 진행해온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스님)이 마련한 자리다. 백담사 만해교육관에서 열린 이날 특강에는 기본선원 1, 2학년 학인 스님 41명 전원이 참석했다. 강의는 염불교육도감 화암스님, 한글염불지도교수사 용하스님이 맡았다.
화암스님은 한 수좌 스님의 경험담을 소개하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평생 선방에서 정진만 하던 수좌가 어느날 도반 스님 절에 갔다가 대신 불공드릴 상황에 처했다. 오랜만에 불공을 올리려니 천수경도 생각이 안난 수좌 스님은 즉석에서 ‘옴’과 ‘사바하’를 붙여 진언을 만들었다. 다기를 보고 ‘옴 찰랑찰랑 사바하’ 단청을 보며 ‘옴 알록달록 사바하’ 하다 보니 불공을 마쳤다는 얘기다.
재미난 일화로 학인 스님들의 웃음과 관심을 유도한 화암스님은 “선방에서 정진하는 스님도 언젠가 주지 소임을 맡을 때가 있다”며 “의식은 종교의 생명으로 수행자는 의식을 통해 모습을 갖춰가기 때문에 반드시 익혀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한글칠정례에 맞춰 예불을 올리는 학인 스님들의 모습.
수업시작 전, 선원 학인들이라 염불수업 참여에 소극적일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학인 스님들은 목탁 집전 표기까지 기록된 유인물에 음의 높낮이 장단을 표기해가며 음을 익혔다.
외국인 학인도 예외는 아니다. 주변 학인 스님들에게 물어봐가며 교수 스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따라 했다. 오후 수업에서는 각자 목탁을 들고 집전하면서 예불을 올리는 연습을 함께 했다. 화암스님은 기본선원 학인 스님들의 목청이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담사 무금선원 유나 영진스님은 “기본선원에서 한글염불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생소하긴 하지만 최근 종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글의례 대중화의 일환으로 이번 교육이 마련됐다”며 “출가자라면 언제 어느 때고 법주로서 의식을 진행할 때가 있기 때문에 한글의식을 익혀둬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국장 가섭스님은 “2013년부터 기본교육기관 필수교과로 불교상용의식이 개설되고 구족계를 수지하기 위한 4급 승가고시 면접에서는 한글염불의례 집전을 점검한다”며 관심을 갖고 한글의례의식을 공부해줄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