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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감독
- 김기덕
- 출연
- 김기덕
- 개봉
- 2011 대한민국
리뷰보기
"아리랑이라는 구원의 노래"
: 아리랑_김기덕(2011)
줄거리
추운 한겨울 외로운 오두막에 헝클어진 머리의 김기덕이 혼자 외로이 살고 있다. 화장실도 없는 오두막에 눈으로 밥을 지으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어느 날 누군가를 기다리는 김기덕에게 손님이 찾아온다. 또 다른 김기덕. 김기덕은 또 다른 김기덕에게 질문을 받으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과 영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다. 또 다른 날에는 자신의 그림자. 그림자 김기덕이 찾아와 오두막에 사는 김기덕에게 질문을 한다. 그림자에게 자신이 자연에 관한 생각과 여러 가지를 그림자와 이야기를 한다. 그런 모습을 영화 밖에서 보는 또 다른 김기덕. 여덟명의 김기덕은 자신과 이야기 또는 그런 자신을 보며 웃는 또 다른 김기덕 그러 모습과 이야기 하는 또 다른 김기덕 또는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를 하는 또 다른 김기덕과 이야기를 한다. 또 다른 김기덕은 자신의 손으로 커피머신을 만들고 분노에 찬 모습으로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해 친다.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 하는 김기덕. 그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영화에 대한 갈증을 순수한 얼굴로 이야기 한다. 순간 분노에 찬 김기덕은 자신의 손으로 총을 만들기 시작한다. 드릴로 총을 깍는 김기덕. 총을 완성한 후 어두운 밤에 수리를 지르며 어디론가 간다. 운전하면서 목이 쉬도록 부르는 김기덕의 절규의 아리랑. 각각 세 곳으로 향하는 김기덕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총탄소리.자신의 오두막으로 돌아온 김기덕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향해 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흘러나오는 김기덕의 아리랑. 김기덕의 노래와 함께 그동안 만들었던 김기덕의 영화 포스터들이 이 보여 진다. 그리고 다시 부활하는 김기덕. _ 출처 : 네이버 영화
 
#1 멀어질수록 가까워진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세상은 아이러니로 꽉차있다. 이런 아이러니가 김기덕의 눈에도 보이나보다. 정의를 가르치기 위해 사용하는 불의함을 사용하고, 정직하기 위해 거짓말을 강요하며, 피곤을 달래주는 커피는 잠을 쫓아버린다.
김기덕의 삶도 아이러니하다. 산속에 틀어박혀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들고는, 스스로 커피를 내려먹는다. 죽은듯 살지만, 어떤것보다 부지런히 먹고 규칙적으로 배설한다. 영화관계자의 전화나 만남은 사양하면서도, 찾아온 들고양이를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맞이하고 멸치 몇마리나 살점붙은 생선뼈를 대접한다.
그동안 색깔있는 영화를 만들어온 그가, 더이상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처지에 처해있다. 대박영화를 꿈꾸는 직업 영화감독들에게선 느낄 수 없는 고민을 해온 김기덕이다. 이제 그에게 또다른 영화는 꿈꿀수 없게 된것인가?라고 되물어 보지만, 산골 오두막에서도 김기덕은 여전히 영화를 고민하고 꿈꾸다 한없이 순수해졌다.
도시에서 멀어져 문명이 그리워지고,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생은 절박하다.
관계를 끊고나면 어떤 만남도 소중하고, 가능성이 사라질수록 이상은 고결해진다.
 
#2 아리랑이 용기를 주는 방법
감독은 혼자서 자신을 찍기 시작했다. 형식도 단순하다. 스스로 묻고 대답한다. 그것은 술취한 사람의 푸념같기도 하고, 정신분열증 환자의 독백같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있을 내면의 질문이라 가볍지 않다. 점점 술기운이 오르고, 감정이 북받친다. 감독이자 작가이며 주연배우인 그는 노래(한오백년)를 부르며 분노섞인 울음을 터뜨린다.
조용필 - 한오백년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한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그에게 '한오백년'은 홀로 떨어져 있지 않고, '아리랑'과 함께 불러진다.
사랑했던 님이 나를 떠나 다시 내게 돌아오지 못할바에는, 저주를 받으라는 노래말이다. 스스로 다독이며 담담하게 부르기 시작해도, 노래는 마지막 미련도 허락하지 않는다. 할 말 못할 말 모두 털어놓아야 한다. 고해를 마친 이들에게 내일은 선물처럼 주어진다
모르긴 몰라도 아리랑 고개를 올랐던 님도, 고개를 넘어가자마자 바위에 주저앉아 더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나도 좋아서 너를 떠난것이 아니야. 미안하다. 차마 고개 돌릴 수 없었다.
떠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부디 나를 저주해다오.
너의 저주와 비난이 나를 살게할 것이야.
나는 교회에 다니던 시절에 금요철야기도회를 좋아했다.
9시 부터 시작되어 11시 즈음에는 끝이나는 기도회여서 철야기도회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철야라는 말은 끝장토론이란 단어가 주는 것처럼 한계를 지워주었다. 기도회에선 현악기 위주의 경음악을 크게 틀어놓았다. 절절한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너도 나도 울부짖었다. 어떤날은 바닥에 엎드려 너무 엉엉 울고 일어나면, 흥건한 눈물을 휴지로 닦아야만 했다. 그렇게 기도를 마치고 나오면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주변 술집들에서 흘러나오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뺨을 스치는 밤공기는 몇시간 전과는 변하고야 말았다. 변한것은 나였겠지만 다른 세상이 시작된 것이다. 핏속에 흐르는 억울한 가정사나 엉킨 인간관계는 이미 눈물 콧물속에 녹아 없어진 듯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는 일이지만, 나는 그곳에서 아리랑이나 한오백년을 부르짖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금요일 밤마다 서러운 눈물이 마를때까지 주님을 부르고, 대답없는 예수를 협박했던 것이다.
'아도나이(주여), 그대가 대답하기 전에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에요. 그저 한 말씀만 하소서.'
 
 
#3 아리랑을 부르던 김기덕은 죽고, 아리랑을 부르는 김기덕은 다시 부활한다.
영화의 말미에 김기덕은 세련된 솜씨로 총을 만든다. 심지어 총 손잡이에 장식도 했다. 총알도 장전했겠다. 이제는 총을 쏘는 것 뿐이다.
"죽여버릴꺼야! 너같은 쓰레기들을 기억하는 내 자신을 죽여버릴꺼라고"
세발의 총성. 그리고 지나가는 자기 그림, 자기 사진, 자기 영화포스터들이 순서대로 지나간다.
결국 자기를 노려보는 총구를 마주 보며. 스스로 방아쇠를 조인다. 그렇게 김기덕은 죽었다. 감독으로써의 모든 업적과 명성, 고민과 결과들에 죽음을 선고한다. 김기덕은 마지막 남은 저주까지 쏟아부었다. 이제 그는 아리랑의 마지막 가사를 부를 자격을 얻었다.
다시한번 아리랑을 부르는 김기덕은 부활한다. 옛 김기덕은 죽었고,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김기덕이 태어났다.
 
#4 아리랑 : 우리를 구원할 노래.
김기덕은 '아리랑'이라는 영화의 제목을 붙이며 짜릿짜릿하지 않았을까. '아리랑' 이라는 큰 이름 옆에 '김기덕'이라는 작고 투박한 이름을 붙여두던 마음도 느껴본다. 내 아비는 내 이름을 '바다에 버금가라'며 '해중(海仲)'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나는 '외면받아온 맛과 모양'을 지니고 있다해서 스스로 '생강'이라고 이름 붙였다. '아리랑 : 김기덕'의 옹색함은 '생강 이해중'이라는 이름으로 불릴때마다 느끼는 묘한 마음과 같다.
큰 바다가 초라한 나를 거절하지 않듯, 아리랑은 우리 모두에게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초등학생들도 *중임중임 무황무황 하며 단소로 구슬프게 아리랑을 연주해 낸다.
그러나 불혹이나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 어미의 빈소에서 아리랑을 불러낸다하더라도 그 깊이는 한이 없다.
*(아리랑을 연주하기 위한 정간보 구음)
아리랑은 이 땅에서 태어난 모두를 구원하기 위한 노래이다.
아리랑 속에는 흰피를 뿌리며 죽어갔다던 이차돈이나 전쟁의 마지막 전투에서 죽음으로써 충무공이 된 이순신, 그리고 독립된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어이없는 죽음을 맞은 백범 김구선생의 목소리도 들어있다.
아리랑을 철저하게 죽음과 탄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너와 나와 김기덕을 이룬다.
아리랑_김기덕(2011)을 보고 쓰다.
2011. 11. 5.
생강
이해중
ps : 아리랑_작자미상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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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감독
- 김기덕
- 출연
- 김기덕
- 개봉
-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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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이라는 구원의 노래"
: 아리랑_김기덕(2011)
줄거리
추운 한겨울 외로운 오두막에 헝클어진 머리의 김기덕이 혼자 외로이 살고 있다. 화장실도 없는 오두막에 눈으로 밥을 지으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어느 날 누군가를 기다리는 김기덕에게 손님이 찾아온다. 또 다른 김기덕. 김기덕은 또 다른 김기덕에게 질문을 받으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과 영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다. 또 다른 날에는 자신의 그림자. 그림자 김기덕이 찾아와 오두막에 사는 김기덕에게 질문을 한다. 그림자에게 자신이 자연에 관한 생각과 여러 가지를 그림자와 이야기를 한다. 그런 모습을 영화 밖에서 보는 또 다른 김기덕. 여덟명의 김기덕은 자신과 이야기 또는 그런 자신을 보며 웃는 또 다른 김기덕 그러 모습과 이야기 하는 또 다른 김기덕 또는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를 하는 또 다른 김기덕과 이야기를 한다. 또 다른 김기덕은 자신의 손으로 커피머신을 만들고 분노에 찬 모습으로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해 친다.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 하는 김기덕. 그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영화에 대한 갈증을 순수한 얼굴로 이야기 한다. 순간 분노에 찬 김기덕은 자신의 손으로 총을 만들기 시작한다. 드릴로 총을 깍는 김기덕. 총을 완성한 후 어두운 밤에 수리를 지르며 어디론가 간다. 운전하면서 목이 쉬도록 부르는 김기덕의 절규의 아리랑. 각각 세 곳으로 향하는 김기덕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총탄소리.자신의 오두막으로 돌아온 김기덕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향해 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흘러나오는 김기덕의 아리랑. 김기덕의 노래와 함께 그동안 만들었던 김기덕의 영화 포스터들이 이 보여 진다. 그리고 다시 부활하는 김기덕. _ 출처 : 네이버 영화
#1 멀어질수록 가까워진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세상은 아이러니로 꽉차있다. 이런 아이러니가 김기덕의 눈에도 보이나보다. 정의를 가르치기 위해 사용하는 불의함을 사용하고, 정직하기 위해 거짓말을 강요하며, 피곤을 달래주는 커피는 잠을 쫓아버린다.
김기덕의 삶도 아이러니하다. 산속에 틀어박혀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들고는, 스스로 커피를 내려먹는다. 죽은듯 살지만, 어떤것보다 부지런히 먹고 규칙적으로 배설한다. 영화관계자의 전화나 만남은 사양하면서도, 찾아온 들고양이를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맞이하고 멸치 몇마리나 살점붙은 생선뼈를 대접한다.
그동안 색깔있는 영화를 만들어온 그가, 더이상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처지에 처해있다. 대박영화를 꿈꾸는 직업 영화감독들에게선 느낄 수 없는 고민을 해온 김기덕이다. 이제 그에게 또다른 영화는 꿈꿀수 없게 된것인가?라고 되물어 보지만, 산골 오두막에서도 김기덕은 여전히 영화를 고민하고 꿈꾸다 한없이 순수해졌다.
도시에서 멀어져 문명이 그리워지고,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생은 절박하다.
관계를 끊고나면 어떤 만남도 소중하고, 가능성이 사라질수록 이상은 고결해진다.
#2 아리랑이 용기를 주는 방법
감독은 혼자서 자신을 찍기 시작했다. 형식도 단순하다. 스스로 묻고 대답한다. 그것은 술취한 사람의 푸념같기도 하고, 정신분열증 환자의 독백같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있을 내면의 질문이라 가볍지 않다. 점점 술기운이 오르고, 감정이 북받친다. 감독이자 작가이며 주연배우인 그는 노래(한오백년)를 부르며 분노섞인 울음을 터뜨린다.
조용필 - 한오백년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한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그에게 '한오백년'은 홀로 떨어져 있지 않고, '아리랑'과 함께 불러진다.
사랑했던 님이 나를 떠나 다시 내게 돌아오지 못할바에는, 저주를 받으라는 노래말이다. 스스로 다독이며 담담하게 부르기 시작해도, 노래는 마지막 미련도 허락하지 않는다. 할 말 못할 말 모두 털어놓아야 한다. 고해를 마친 이들에게 내일은 선물처럼 주어진다
모르긴 몰라도 아리랑 고개를 올랐던 님도, 고개를 넘어가자마자 바위에 주저앉아 더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나도 좋아서 너를 떠난것이 아니야. 미안하다. 차마 고개 돌릴 수 없었다.
떠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부디 나를 저주해다오.
너의 저주와 비난이 나를 살게할 것이야.
나는 교회에 다니던 시절에 금요철야기도회를 좋아했다.
9시 부터 시작되어 11시 즈음에는 끝이나는 기도회여서 철야기도회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철야라는 말은 끝장토론이란 단어가 주는 것처럼 한계를 지워주었다. 기도회에선 현악기 위주의 경음악을 크게 틀어놓았다. 절절한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너도 나도 울부짖었다. 어떤날은 바닥에 엎드려 너무 엉엉 울고 일어나면, 흥건한 눈물을 휴지로 닦아야만 했다. 그렇게 기도를 마치고 나오면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주변 술집들에서 흘러나오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뺨을 스치는 밤공기는 몇시간 전과는 변하고야 말았다. 변한것은 나였겠지만 다른 세상이 시작된 것이다. 핏속에 흐르는 억울한 가정사나 엉킨 인간관계는 이미 눈물 콧물속에 녹아 없어진 듯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는 일이지만, 나는 그곳에서 아리랑이나 한오백년을 부르짖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금요일 밤마다 서러운 눈물이 마를때까지 주님을 부르고, 대답없는 예수를 협박했던 것이다.
'아도나이(주여), 그대가 대답하기 전에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에요. 그저 한 말씀만 하소서.'
#3 아리랑을 부르던 김기덕은 죽고, 아리랑을 부르는 김기덕은 다시 부활한다.
영화의 말미에 김기덕은 세련된 솜씨로 총을 만든다. 심지어 총 손잡이에 장식도 했다. 총알도 장전했겠다. 이제는 총을 쏘는 것 뿐이다.
"죽여버릴꺼야! 너같은 쓰레기들을 기억하는 내 자신을 죽여버릴꺼라고"
세발의 총성. 그리고 지나가는 자기 그림, 자기 사진, 자기 영화포스터들이 순서대로 지나간다.
결국 자기를 노려보는 총구를 마주 보며. 스스로 방아쇠를 조인다. 그렇게 김기덕은 죽었다. 감독으로써의 모든 업적과 명성, 고민과 결과들에 죽음을 선고한다. 김기덕은 마지막 남은 저주까지 쏟아부었다. 이제 그는 아리랑의 마지막 가사를 부를 자격을 얻었다.
다시한번 아리랑을 부르는 김기덕은 부활한다. 옛 김기덕은 죽었고,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김기덕이 태어났다.
#4 아리랑 : 우리를 구원할 노래.
김기덕은 '아리랑'이라는 영화의 제목을 붙이며 짜릿짜릿하지 않았을까. '아리랑' 이라는 큰 이름 옆에 '김기덕'이라는 작고 투박한 이름을 붙여두던 마음도 느껴본다. 내 아비는 내 이름을 '바다에 버금가라'며 '해중(海仲)'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나는 '외면받아온 맛과 모양'을 지니고 있다해서 스스로 '생강'이라고 이름 붙였다. '아리랑 : 김기덕'의 옹색함은 '생강 이해중'이라는 이름으로 불릴때마다 느끼는 묘한 마음과 같다.
큰 바다가 초라한 나를 거절하지 않듯, 아리랑은 우리 모두에게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초등학생들도 *중임중임 무황무황 하며 단소로 구슬프게 아리랑을 연주해 낸다.
그러나 불혹이나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 어미의 빈소에서 아리랑을 불러낸다하더라도 그 깊이는 한이 없다.
*(아리랑을 연주하기 위한 정간보 구음)
아리랑은 이 땅에서 태어난 모두를 구원하기 위한 노래이다.
아리랑 속에는 흰피를 뿌리며 죽어갔다던 이차돈이나 전쟁의 마지막 전투에서 죽음으로써 충무공이 된 이순신, 그리고 독립된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어이없는 죽음을 맞은 백범 김구선생의 목소리도 들어있다.
아리랑을 철저하게 죽음과 탄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너와 나와 김기덕을 이룬다.
아리랑_김기덕(2011)을 보고 쓰다.
2011. 11. 5.
생강
이해중
ps : 아리랑_작자미상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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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감독
- 김기덕
- 출연
- 김기덕
- 개봉
-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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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이라는 구원의 노래"
: 아리랑_김기덕(2011)
줄거리
추운 한겨울 외로운 오두막에 헝클어진 머리의 김기덕이 혼자 외로이 살고 있다. 화장실도 없는 오두막에 눈으로 밥을 지으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어느 날 누군가를 기다리는 김기덕에게 손님이 찾아온다. 또 다른 김기덕. 김기덕은 또 다른 김기덕에게 질문을 받으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과 영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다. 또 다른 날에는 자신의 그림자. 그림자 김기덕이 찾아와 오두막에 사는 김기덕에게 질문을 한다. 그림자에게 자신이 자연에 관한 생각과 여러 가지를 그림자와 이야기를 한다. 그런 모습을 영화 밖에서 보는 또 다른 김기덕. 여덟명의 김기덕은 자신과 이야기 또는 그런 자신을 보며 웃는 또 다른 김기덕 그러 모습과 이야기 하는 또 다른 김기덕 또는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를 하는 또 다른 김기덕과 이야기를 한다. 또 다른 김기덕은 자신의 손으로 커피머신을 만들고 분노에 찬 모습으로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해 친다.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 하는 김기덕. 그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영화에 대한 갈증을 순수한 얼굴로 이야기 한다. 순간 분노에 찬 김기덕은 자신의 손으로 총을 만들기 시작한다. 드릴로 총을 깍는 김기덕. 총을 완성한 후 어두운 밤에 수리를 지르며 어디론가 간다. 운전하면서 목이 쉬도록 부르는 김기덕의 절규의 아리랑. 각각 세 곳으로 향하는 김기덕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총탄소리.자신의 오두막으로 돌아온 김기덕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향해 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흘러나오는 김기덕의 아리랑. 김기덕의 노래와 함께 그동안 만들었던 김기덕의 영화 포스터들이 이 보여 진다. 그리고 다시 부활하는 김기덕. _ 출처 : 네이버 영화
#1 멀어질수록 가까워진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세상은 아이러니로 꽉차있다. 이런 아이러니가 김기덕의 눈에도 보이나보다. 정의를 가르치기 위해 사용하는 불의함을 사용하고, 정직하기 위해 거짓말을 강요하며, 피곤을 달래주는 커피는 잠을 쫓아버린다.
김기덕의 삶도 아이러니하다. 산속에 틀어박혀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들고는, 스스로 커피를 내려먹는다. 죽은듯 살지만, 어떤것보다 부지런히 먹고 규칙적으로 배설한다. 영화관계자의 전화나 만남은 사양하면서도, 찾아온 들고양이를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맞이하고 멸치 몇마리나 살점붙은 생선뼈를 대접한다.
그동안 색깔있는 영화를 만들어온 그가, 더이상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처지에 처해있다. 대박영화를 꿈꾸는 직업 영화감독들에게선 느낄 수 없는 고민을 해온 김기덕이다. 이제 그에게 또다른 영화는 꿈꿀수 없게 된것인가?라고 되물어 보지만, 산골 오두막에서도 김기덕은 여전히 영화를 고민하고 꿈꾸다 한없이 순수해졌다.
도시에서 멀어져 문명이 그리워지고,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생은 절박하다.
관계를 끊고나면 어떤 만남도 소중하고, 가능성이 사라질수록 이상은 고결해진다.
#2 아리랑이 용기를 주는 방법
감독은 혼자서 자신을 찍기 시작했다. 형식도 단순하다. 스스로 묻고 대답한다. 그것은 술취한 사람의 푸념같기도 하고, 정신분열증 환자의 독백같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있을 내면의 질문이라 가볍지 않다. 점점 술기운이 오르고, 감정이 북받친다. 감독이자 작가이며 주연배우인 그는 노래(한오백년)를 부르며 분노섞인 울음을 터뜨린다.
조용필 - 한오백년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한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그에게 '한오백년'은 홀로 떨어져 있지 않고, '아리랑'과 함께 불러진다.
사랑했던 님이 나를 떠나 다시 내게 돌아오지 못할바에는, 저주를 받으라는 노래말이다. 스스로 다독이며 담담하게 부르기 시작해도, 노래는 마지막 미련도 허락하지 않는다. 할 말 못할 말 모두 털어놓아야 한다. 고해를 마친 이들에게 내일은 선물처럼 주어진다
모르긴 몰라도 아리랑 고개를 올랐던 님도, 고개를 넘어가자마자 바위에 주저앉아 더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나도 좋아서 너를 떠난것이 아니야. 미안하다. 차마 고개 돌릴 수 없었다.
떠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부디 나를 저주해다오.
너의 저주와 비난이 나를 살게할 것이야.
나는 교회에 다니던 시절에 금요철야기도회를 좋아했다.
9시 부터 시작되어 11시 즈음에는 끝이나는 기도회여서 철야기도회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철야라는 말은 끝장토론이란 단어가 주는 것처럼 한계를 지워주었다. 기도회에선 현악기 위주의 경음악을 크게 틀어놓았다. 절절한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너도 나도 울부짖었다. 어떤날은 바닥에 엎드려 너무 엉엉 울고 일어나면, 흥건한 눈물을 휴지로 닦아야만 했다. 그렇게 기도를 마치고 나오면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주변 술집들에서 흘러나오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뺨을 스치는 밤공기는 몇시간 전과는 변하고야 말았다. 변한것은 나였겠지만 다른 세상이 시작된 것이다. 핏속에 흐르는 억울한 가정사나 엉킨 인간관계는 이미 눈물 콧물속에 녹아 없어진 듯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는 일이지만, 나는 그곳에서 아리랑이나 한오백년을 부르짖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금요일 밤마다 서러운 눈물이 마를때까지 주님을 부르고, 대답없는 예수를 협박했던 것이다.
'아도나이(주여), 그대가 대답하기 전에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에요. 그저 한 말씀만 하소서.'
#3 아리랑을 부르던 김기덕은 죽고, 아리랑을 부르는 김기덕은 다시 부활한다.
영화의 말미에 김기덕은 세련된 솜씨로 총을 만든다. 심지어 총 손잡이에 장식도 했다. 총알도 장전했겠다. 이제는 총을 쏘는 것 뿐이다.
"죽여버릴꺼야! 너같은 쓰레기들을 기억하는 내 자신을 죽여버릴꺼라고"
세발의 총성. 그리고 지나가는 자기 그림, 자기 사진, 자기 영화포스터들이 순서대로 지나간다.
결국 자기를 노려보는 총구를 마주 보며. 스스로 방아쇠를 조인다. 그렇게 김기덕은 죽었다. 감독으로써의 모든 업적과 명성, 고민과 결과들에 죽음을 선고한다. 김기덕은 마지막 남은 저주까지 쏟아부었다. 이제 그는 아리랑의 마지막 가사를 부를 자격을 얻었다.
다시한번 아리랑을 부르는 김기덕은 부활한다. 옛 김기덕은 죽었고,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김기덕이 태어났다.
#4 아리랑 : 우리를 구원할 노래.
김기덕은 '아리랑'이라는 영화의 제목을 붙이며 짜릿짜릿하지 않았을까. '아리랑' 이라는 큰 이름 옆에 '김기덕'이라는 작고 투박한 이름을 붙여두던 마음도 느껴본다. 내 아비는 내 이름을 '바다에 버금가라'며 '해중(海仲)'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나는 '외면받아온 맛과 모양'을 지니고 있다해서 스스로 '생강'이라고 이름 붙였다. '아리랑 : 김기덕'의 옹색함은 '생강 이해중'이라는 이름으로 불릴때마다 느끼는 묘한 마음과 같다.
큰 바다가 초라한 나를 거절하지 않듯, 아리랑은 우리 모두에게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초등학생들도 *중임중임 무황무황 하며 단소로 구슬프게 아리랑을 연주해 낸다.
그러나 불혹이나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 어미의 빈소에서 아리랑을 불러낸다하더라도 그 깊이는 한이 없다.
*(아리랑을 연주하기 위한 정간보 구음)
아리랑은 이 땅에서 태어난 모두를 구원하기 위한 노래이다.
아리랑 속에는 흰피를 뿌리며 죽어갔다던 이차돈이나 전쟁의 마지막 전투에서 죽음으로써 충무공이 된 이순신, 그리고 독립된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어이없는 죽음을 맞은 백범 김구선생의 목소리도 들어있다.
아리랑을 철저하게 죽음과 탄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너와 나와 김기덕을 이룬다.
아리랑_김기덕(2011)을 보고 쓰다.
2011. 11. 5.
생강
이해중
|
추운 한겨울 외로운 오두막에 헝클어진 머리의 김기덕이 혼자 외로이 살고 있다. 화장실도 없는 오두막에 눈으로 밥을 지으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어느 날 누군가를 기다리는 김기덕에게 손님이 찾아온다. 또 다른 김기덕. 김기덕은 또 다른 김기덕에게 질문을 받으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과 영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다. 또 다른 날에는 자신의 그림자. 그림자 김기덕이 찾아와 오두막에 사는 김기덕에게 질문을 한다. 그림자에게 자신이 자연에 관한 생각과 여러 가지를 그림자와 이야기를 한다. 그런 모습을 영화 밖에서 보는 또 다른 김기덕. 여덟명의 김기덕은 자신과 이야기 또는 그런 자신을 보며 웃는 또 다른 김기덕 그러 모습과 이야기 하는 또 다른 김기덕 또는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를 하는 또 다른 김기덕과 이야기를 한다. 또 다른 김기덕은 자신의 손으로 커피머신을 만들고 분노에 찬 모습으로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해 친다.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 하는 김기덕. 그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영화에 대한 갈증을 순수한 얼굴로 이야기 한다. 순간 분노에 찬 김기덕은 자신의 손으로 총을 만들기 시작한다. 드릴로 총을 깍는 김기덕. 총을 완성한 후 어두운 밤에 수리를 지르며 어디론가 간다. 운전하면서 목이 쉬도록 부르는 김기덕의 절규의 아리랑. 각각 세 곳으로 향하는 김기덕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총탄소리.자신의 오두막으로 돌아온 김기덕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향해 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흘러나오는 김기덕의 아리랑. 김기덕의 노래와 함께 그동안 만들었던 김기덕의 영화 포스터들이 이 보여 진다. 그리고 다시 부활하는 김기덕. _ 출처 : 네이버 영화
#1 멀어질수록 가까워진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세상은 아이러니로 꽉차있다. 이런 아이러니가 김기덕의 눈에도 보이나보다. 정의를 가르치기 위해 사용하는 불의함을 사용하고, 정직하기 위해 거짓말을 강요하며, 피곤을 달래주는 커피는 잠을 쫓아버린다.
김기덕의 삶도 아이러니하다. 산속에 틀어박혀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들고는, 스스로 커피를 내려먹는다. 죽은듯 살지만, 어떤것보다 부지런히 먹고 규칙적으로 배설한다. 영화관계자의 전화나 만남은 사양하면서도, 찾아온 들고양이를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맞이하고 멸치 몇마리나 살점붙은 생선뼈를 대접한다.
그동안 색깔있는 영화를 만들어온 그가, 더이상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처지에 처해있다. 대박영화를 꿈꾸는 직업 영화감독들에게선 느낄 수 없는 고민을 해온 김기덕이다. 이제 그에게 또다른 영화는 꿈꿀수 없게 된것인가?라고 되물어 보지만, 산골 오두막에서도 김기덕은 여전히 영화를 고민하고 꿈꾸다 한없이 순수해졌다.
도시에서 멀어져 문명이 그리워지고,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생은 절박하다.
관계를 끊고나면 어떤 만남도 소중하고, 가능성이 사라질수록 이상은 고결해진다.
#2 아리랑이 용기를 주는 방법
감독은 혼자서 자신을 찍기 시작했다. 형식도 단순하다. 스스로 묻고 대답한다. 그것은 술취한 사람의 푸념같기도 하고, 정신분열증 환자의 독백같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있을 내면의 질문이라 가볍지 않다. 점점 술기운이 오르고, 감정이 북받친다. 감독이자 작가이며 주연배우인 그는 노래(한오백년)를 부르며 분노섞인 울음을 터뜨린다.
조용필 - 한오백년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한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그에게 '한오백년'은 홀로 떨어져 있지 않고, '아리랑'과 함께 불러진다.
사랑했던 님이 나를 떠나 다시 내게 돌아오지 못할바에는, 저주를 받으라는 노래말이다. 스스로 다독이며 담담하게 부르기 시작해도, 노래는 마지막 미련도 허락하지 않는다. 할 말 못할 말 모두 털어놓아야 한다. 고해를 마친 이들에게 내일은 선물처럼 주어진다
모르긴 몰라도 아리랑 고개를 올랐던 님도, 고개를 넘어가자마자 바위에 주저앉아 더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나도 좋아서 너를 떠난것이 아니야. 미안하다. 차마 고개 돌릴 수 없었다.
떠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부디 나를 저주해다오.
너의 저주와 비난이 나를 살게할 것이야.
나는 교회에 다니던 시절에 금요철야기도회를 좋아했다.
9시 부터 시작되어 11시 즈음에는 끝이나는 기도회여서 철야기도회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철야라는 말은 끝장토론이란 단어가 주는 것처럼 한계를 지워주었다. 기도회에선 현악기 위주의 경음악을 크게 틀어놓았다. 절절한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너도 나도 울부짖었다. 어떤날은 바닥에 엎드려 너무 엉엉 울고 일어나면, 흥건한 눈물을 휴지로 닦아야만 했다. 그렇게 기도를 마치고 나오면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주변 술집들에서 흘러나오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뺨을 스치는 밤공기는 몇시간 전과는 변하고야 말았다. 변한것은 나였겠지만 다른 세상이 시작된 것이다. 핏속에 흐르는 억울한 가정사나 엉킨 인간관계는 이미 눈물 콧물속에 녹아 없어진 듯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는 일이지만, 나는 그곳에서 아리랑이나 한오백년을 부르짖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금요일 밤마다 서러운 눈물이 마를때까지 주님을 부르고, 대답없는 예수를 협박했던 것이다.
'아도나이(주여), 그대가 대답하기 전에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에요. 그저 한 말씀만 하소서.'
#3 아리랑을 부르던 김기덕은 죽고, 아리랑을 부르는 김기덕은 다시 부활한다.
영화의 말미에 김기덕은 세련된 솜씨로 총을 만든다. 심지어 총 손잡이에 장식도 했다. 총알도 장전했겠다. 이제는 총을 쏘는 것 뿐이다.
"죽여버릴꺼야! 너같은 쓰레기들을 기억하는 내 자신을 죽여버릴꺼라고"
세발의 총성. 그리고 지나가는 자기 그림, 자기 사진, 자기 영화포스터들이 순서대로 지나간다.
결국 자기를 노려보는 총구를 마주 보며. 스스로 방아쇠를 조인다. 그렇게 김기덕은 죽었다. 감독으로써의 모든 업적과 명성, 고민과 결과들에 죽음을 선고한다. 김기덕은 마지막 남은 저주까지 쏟아부었다. 이제 그는 아리랑의 마지막 가사를 부를 자격을 얻었다.
다시한번 아리랑을 부르는 김기덕은 부활한다. 옛 김기덕은 죽었고,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김기덕이 태어났다.
#4 아리랑 : 우리를 구원할 노래.
김기덕은 '아리랑'이라는 영화의 제목을 붙이며 짜릿짜릿하지 않았을까. '아리랑' 이라는 큰 이름 옆에 '김기덕'이라는 작고 투박한 이름을 붙여두던 마음도 느껴본다. 내 아비는 내 이름을 '바다에 버금가라'며 '해중(海仲)'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나는 '외면받아온 맛과 모양'을 지니고 있다해서 스스로 '생강'이라고 이름 붙였다. '아리랑 : 김기덕'의 옹색함은 '생강 이해중'이라는 이름으로 불릴때마다 느끼는 묘한 마음과 같다.
큰 바다가 초라한 나를 거절하지 않듯, 아리랑은 우리 모두에게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초등학생들도 *중임중임 무황무황 하며 단소로 구슬프게 아리랑을 연주해 낸다.
그러나 불혹이나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 어미의 빈소에서 아리랑을 불러낸다하더라도 그 깊이는 한이 없다.
*(아리랑을 연주하기 위한 정간보 구음)
아리랑은 이 땅에서 태어난 모두를 구원하기 위한 노래이다.
아리랑 속에는 흰피를 뿌리며 죽어갔다던 이차돈이나 전쟁의 마지막 전투에서 죽음으로써 충무공이 된 이순신, 그리고 독립된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어이없는 죽음을 맞은 백범 김구선생의 목소리도 들어있다.
아리랑을 철저하게 죽음과 탄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너와 나와 김기덕을 이룬다.
아리랑_김기덕(2011)을 보고 쓰다.
2011. 11. 5.
생강
이해중
|
아리랑
- 감독
- 김기덕
- 출연
- 김기덕
- 개봉
- 2011 대한민국
리뷰보기
"아리랑이라는 구원의 노래"
: 아리랑_김기덕(2011)
줄거리
추운 한겨울 외로운 오두막에 헝클어진 머리의 김기덕이 혼자 외로이 살고 있다. 화장실도 없는 오두막에 눈으로 밥을 지으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어느 날 누군가를 기다리는 김기덕에게 손님이 찾아온다. 또 다른 김기덕. 김기덕은 또 다른 김기덕에게 질문을 받으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과 영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다. 또 다른 날에는 자신의 그림자. 그림자 김기덕이 찾아와 오두막에 사는 김기덕에게 질문을 한다. 그림자에게 자신이 자연에 관한 생각과 여러 가지를 그림자와 이야기를 한다. 그런 모습을 영화 밖에서 보는 또 다른 김기덕. 여덟명의 김기덕은 자신과 이야기 또는 그런 자신을 보며 웃는 또 다른 김기덕 그러 모습과 이야기 하는 또 다른 김기덕 또는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를 하는 또 다른 김기덕과 이야기를 한다. 또 다른 김기덕은 자신의 손으로 커피머신을 만들고 분노에 찬 모습으로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해 친다.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 하는 김기덕. 그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영화에 대한 갈증을 순수한 얼굴로 이야기 한다. 순간 분노에 찬 김기덕은 자신의 손으로 총을 만들기 시작한다. 드릴로 총을 깍는 김기덕. 총을 완성한 후 어두운 밤에 수리를 지르며 어디론가 간다. 운전하면서 목이 쉬도록 부르는 김기덕의 절규의 아리랑. 각각 세 곳으로 향하는 김기덕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총탄소리.자신의 오두막으로 돌아온 김기덕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향해 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흘러나오는 김기덕의 아리랑. 김기덕의 노래와 함께 그동안 만들었던 김기덕의 영화 포스터들이 이 보여 진다. 그리고 다시 부활하는 김기덕. _ 출처 : 네이버 영화
#1 멀어질수록 가까워진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세상은 아이러니로 꽉차있다. 이런 아이러니가 김기덕의 눈에도 보이나보다. 정의를 가르치기 위해 사용하는 불의함을 사용하고, 정직하기 위해 거짓말을 강요하며, 피곤을 달래주는 커피는 잠을 쫓아버린다.
김기덕의 삶도 아이러니하다. 산속에 틀어박혀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들고는, 스스로 커피를 내려먹는다. 죽은듯 살지만, 어떤것보다 부지런히 먹고 규칙적으로 배설한다. 영화관계자의 전화나 만남은 사양하면서도, 찾아온 들고양이를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맞이하고 멸치 몇마리나 살점붙은 생선뼈를 대접한다.
그동안 색깔있는 영화를 만들어온 그가, 더이상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처지에 처해있다. 대박영화를 꿈꾸는 직업 영화감독들에게선 느낄 수 없는 고민을 해온 김기덕이다. 이제 그에게 또다른 영화는 꿈꿀수 없게 된것인가?라고 되물어 보지만, 산골 오두막에서도 김기덕은 여전히 영화를 고민하고 꿈꾸다 한없이 순수해졌다.
도시에서 멀어져 문명이 그리워지고,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생은 절박하다.
관계를 끊고나면 어떤 만남도 소중하고, 가능성이 사라질수록 이상은 고결해진다.
#2 아리랑이 용기를 주는 방법
감독은 혼자서 자신을 찍기 시작했다. 형식도 단순하다. 스스로 묻고 대답한다. 그것은 술취한 사람의 푸념같기도 하고, 정신분열증 환자의 독백같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있을 내면의 질문이라 가볍지 않다. 점점 술기운이 오르고, 감정이 북받친다. 감독이자 작가이며 주연배우인 그는 노래(한오백년)를 부르며 분노섞인 울음을 터뜨린다.
조용필 - 한오백년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한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그에게 '한오백년'은 홀로 떨어져 있지 않고, '아리랑'과 함께 불러진다.
사랑했던 님이 나를 떠나 다시 내게 돌아오지 못할바에는, 저주를 받으라는 노래말이다. 스스로 다독이며 담담하게 부르기 시작해도, 노래는 마지막 미련도 허락하지 않는다. 할 말 못할 말 모두 털어놓아야 한다. 고해를 마친 이들에게 내일은 선물처럼 주어진다
모르긴 몰라도 아리랑 고개를 올랐던 님도, 고개를 넘어가자마자 바위에 주저앉아 더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나도 좋아서 너를 떠난것이 아니야. 미안하다. 차마 고개 돌릴 수 없었다.
떠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부디 나를 저주해다오.
너의 저주와 비난이 나를 살게할 것이야.
나는 교회에 다니던 시절에 금요철야기도회를 좋아했다.
9시 부터 시작되어 11시 즈음에는 끝이나는 기도회여서 철야기도회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철야라는 말은 끝장토론이란 단어가 주는 것처럼 한계를 지워주었다. 기도회에선 현악기 위주의 경음악을 크게 틀어놓았다. 절절한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너도 나도 울부짖었다. 어떤날은 바닥에 엎드려 너무 엉엉 울고 일어나면, 흥건한 눈물을 휴지로 닦아야만 했다. 그렇게 기도를 마치고 나오면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주변 술집들에서 흘러나오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뺨을 스치는 밤공기는 몇시간 전과는 변하고야 말았다. 변한것은 나였겠지만 다른 세상이 시작된 것이다. 핏속에 흐르는 억울한 가정사나 엉킨 인간관계는 이미 눈물 콧물속에 녹아 없어진 듯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는 일이지만, 나는 그곳에서 아리랑이나 한오백년을 부르짖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금요일 밤마다 서러운 눈물이 마를때까지 주님을 부르고, 대답없는 예수를 협박했던 것이다.
'아도나이(주여), 그대가 대답하기 전에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에요. 그저 한 말씀만 하소서.'
#3 아리랑을 부르던 김기덕은 죽고, 아리랑을 부르는 김기덕은 다시 부활한다.
영화의 말미에 김기덕은 세련된 솜씨로 총을 만든다. 심지어 총 손잡이에 장식도 했다. 총알도 장전했겠다. 이제는 총을 쏘는 것 뿐이다.
"죽여버릴꺼야! 너같은 쓰레기들을 기억하는 내 자신을 죽여버릴꺼라고"
세발의 총성. 그리고 지나가는 자기 그림, 자기 사진, 자기 영화포스터들이 순서대로 지나간다.
결국 자기를 노려보는 총구를 마주 보며. 스스로 방아쇠를 조인다. 그렇게 김기덕은 죽었다. 감독으로써의 모든 업적과 명성, 고민과 결과들에 죽음을 선고한다. 김기덕은 마지막 남은 저주까지 쏟아부었다. 이제 그는 아리랑의 마지막 가사를 부를 자격을 얻었다.
다시한번 아리랑을 부르는 김기덕은 부활한다. 옛 김기덕은 죽었고,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김기덕이 태어났다.
#4 아리랑 : 우리를 구원할 노래.
김기덕은 '아리랑'이라는 영화의 제목을 붙이며 짜릿짜릿하지 않았을까. '아리랑' 이라는 큰 이름 옆에 '김기덕'이라는 작고 투박한 이름을 붙여두던 마음도 느껴본다. 내 아비는 내 이름을 '바다에 버금가라'며 '해중(海仲)'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나는 '외면받아온 맛과 모양'을 지니고 있다해서 스스로 '생강'이라고 이름 붙였다. '아리랑 : 김기덕'의 옹색함은 '생강 이해중'이라는 이름으로 불릴때마다 느끼는 묘한 마음과 같다.
큰 바다가 초라한 나를 거절하지 않듯, 아리랑은 우리 모두에게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초등학생들도 *중임중임 무황무황 하며 단소로 구슬프게 아리랑을 연주해 낸다.
그러나 불혹이나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 어미의 빈소에서 아리랑을 불러낸다하더라도 그 깊이는 한이 없다.
*(아리랑을 연주하기 위한 정간보 구음)
아리랑은 이 땅에서 태어난 모두를 구원하기 위한 노래이다.
아리랑 속에는 흰피를 뿌리며 죽어갔다던 이차돈이나 전쟁의 마지막 전투에서 죽음으로써 충무공이 된 이순신, 그리고 독립된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어이없는 죽음을 맞은 백범 김구선생의 목소리도 들어있다.
아리랑을 철저하게 죽음과 탄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너와 나와 김기덕을 이룬다.
아리랑_김기덕(2011)을 보고 쓰다.
2011. 11. 5.
생강
이해중
ps : 아리랑_작자미상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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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아리랑_작자미상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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