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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전에서 아침 명상을 마치고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법당뒤를 돌아오는데 죽은 고양이가 누워있었다.
순간적으로 쭈뼛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아직 숨이 남아있었다.
배는 등에 붙어있고
눈동자에는 티가 묻어있다.
고개를 움직일 힘조차 없어보이고 다만 숨만 쉴뿐이다.
죽음이 보인다.
그러나 손을 놓고 있을수만은 없었다.
공양간에서 미움을 끌여 숫가락으로 입에 떠넣었다.
삼키지를 못한다.
그래서 고개를 세우고 강제로 미움을 흘려넣어본다.
기별이 가는지 조금의 움직임이 보인다.
발도 움츠렸다가 뻗는다.
처음에는 물을 입에 흘려보았지만
소용이 없다싶어 미움을 넣어본 것이다.
이렇게 미움을 넣고 고개를 강제로 세워 미움을 흘러들게 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고양이의 동공이 눈 전체로 확대가 된다.
처음에 나는 그것이 미움의 효과인줄 알았다.
누워있을 때는 고양이 특유의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었는데
이렇게 둥그런 동공으로 변한 것이다.
상태가 좋아지는 것이려니 하였다.
다시 머리를 땅에 누여보았다.
움직임이 없다.
입맛도 다시지 않는다.
배를 보았다.
움직임이 없다.
갔구나.
가는 순간에 동공이 눈동자 만한 크기로 확대가 되었구나.
미움을 떠넣으면서 다음생은 좋은 몸을 받아 수행하라고 축원하였다.
그러나 더 이상의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생사법문을 하였는데도...
생을 마감하는 이 순간에 어떠한 경전의 문구도 떠오르지 않는다.
자기 업은 자기가 받는다고 말해줄 수도 없구.........
10여년전 아버지의 임종을 지킬 때에도 할 수 있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음에 막막하였고....
그래서 아버지 귀에 반야심경만을 반복해주었었다.
오늘은 길잃은 고양이의 임종을 지켜보며
고양이의 입장에서 마지막 표상으로 어떤 것을 심어주어야 좋은 몸을 받을지 막막하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나모 따사 바와와또 삼마삼붓다사를 반복하고
붓당 사라낭 가차미
담망 사라낭 가차미
상강 사라낭 가차미를 반복해주었다.
다음생에는 삼보에 귀의하여 도과를 이루라는 뜻에서다.
그리고 나에게 수행의 힘이 남아있다면 내 목소리에 편안함의 표상을 취해보라는 의미에서다.
고양이는 나모 따사와 붓당 사라낭 소리에 반응하였다.
이 소리가 나면 머리를 들어보려고 노력을 하였다.
나는 모른다.
이것이 고양이에게 좋은 표상을 얻도록 도움이 된것인지...
아니먄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인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의도는 분명 선한 것이었다.
숨을 쉬지 않는 고양이를 사람이 다니지 않는 텃밭의 끝에 묻어주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숨을 쉬지는 않는지 살펴보았지만 이미 배의 움직임도 눈동자의 움직임이 없다.
삶은 이런 것이다.
예고도 없이 떠나는 것.
눈물이 흐른다.
삶의 덧없음은 인간이 축생이나 마찬가지다.
정신차려서 정진하라고 고양이가 왔다 간것이겠지.
부디 좋은 몸받았기를....
2012년6월8일 사시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