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가 된 세월
하영순
소리 없이 흐느끼는
당신의 속울음 들으며
가슴 아파 보낸 세월
씨앗 하나 떨어진 싹이
정자가 되었습니다.
바람이 부네요.
뼈를 깎는 설한풍이 아닌
산들 바람입니다
재 넘어 찾아온 오월 바람
마을의 수호신이기도 한 이 정자나무
길가다 지친 나그네
한시름 쉬어가는 쉼터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아시나요.
숱한 세월 골진 자국마다
고인 눈물이 농토를 비옥하게 만든
강물이란 이 엄청난 사실을
이제 땅 그만 후비고 이 정자에 앉아
허리나 펴어보구려!
자동차 소리가 들리네요.
혹시 아나요 귀여운 손자 녀석
할부지. 하고 환한 웃음으로 달려오는지
-카페 계명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