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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법문을 끝내고 방에 앉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상응부 아누라다경과 중부의 뱀에 관한 비유경에서
당신은 오로지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만을 천명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괴로움의 소멸은 뒤에 두고
원력이라는 이름으로 거창한 설계도를 그려나갑니다.
그 설계도는 새로운 괴로움임에 틀림없습니다.
제가 체험하고 이해한 불교는 아주 상식적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좋은 설계도라 할지라도
모두가 생사의 씨앗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남을 위해야 한다는 자비사상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요?
보시와 지계와 명상이라는 선업을 실천한 후에
그것의 공덕을 남에게 회향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보고 그것을 남과 공유하는 것이 자비입니다.
배운만큼 체험한만큼 권하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먼저 닦지도 않고 남을 먼저 제도하겠다는 것은
겉모습은 거창하나 알맹이가 없음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것이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갈길도 많이 남아 있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