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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가라 동원(東院)에는 밤나무가 한 그루 있다.
바로 위에 밤톨이 작은 나무가 같이 있어서
멀리서 보면 하나의 나무에 밤송이들이 만개한 것이 우산처럼 펼쳐져 있어
보는 이들을 유혹한다.
토굴 정진을 하다보면 떨어지는 알밤들의 소리가 다양하다.
쾅하고 혼침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대포소리부터
딱따그르르하는 목탁소리까지 있으니까.
어제 점심무렵이다.
토굴에 도착하니 밤나무밑에 누군가 등산가방을 메고 앉아있다.
밤을 줍다가 나를 보고는 짐짓 앉아있는 체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디서 오셨나고 물으니 적잖이 당황한다.
내쪽으로 내려오다가 미끄러져 손에 든 낫을 놓치며 넘어지기까지 하더라.
'여기는 사유지이니 삼가는 것이 좋겠어요.'라고 말하고 보냈는데
영~ 마음이 좋지않다.
그래서 그간 주워놓은 밤상자를 일주문 앞에 앉아있던 그에게 건내주려니
처음엔 손사래를 치다가 상자안을 보고는 미소가 번진다.
'나의 것'이라며 지키고자 했던 마음이 불편해서다.
'남의 것'이지만 갖고 싶어하는 그 분의 마음이나
'나의 것'이라는 마음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활짝 벌어진 밤송이나 떨어진 밤톨들을 본다면
누군들 마음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그런데 오늘 일주문을 나서는데
어제본 거사님이 차량을 막아서며 합장을 하며
동원의 밤나무를 가르킨다.
아마도 따가도 좋은지를 묻는 것이리라.
'오늘은 제가 작업을 할거예요. 놔두시는 것이 좋겠어요.'하고는
자리를 떴다.
그렇지.
욕심이란 채워지지 않는 것이 본성이라 하셨거늘
하물며 눈앞의 먹거리에 다시 욕심을 내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 아닌가.
아예 먹거리가 보이지 않도록 만들면
이런 일이 없겠다싶어 오후에 밤을 털었으나
대나무가 닿지 않는 높은 곳의 밤송이는 여전히 태양아래서 반짝인다.
내일도 날이 뜨면 토굴앞에 떨어진 밤톨들은 있을테고
그것에 마음을 일으키는 중생들이 또다시 있을건가 없을건가.
밤기운이 제법 싸늘한데 달은 참으로 밝기도하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보디가라 선원에서
정명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