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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102차 집중수행을 마치고 홀로 보디가라(선원)로 가 머물렀다.
마침 점심무렵 비가 그쳐 포행로를 만들겸 큰 낫을 하나 들고
선원 뒤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에 다다르자 산 전체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으로
깊숙하게 들어갔다가 그만 길을 잃었다.
그럴 경우 계곡을 찾아 아래로만 내려오면
산에서 벗어난다는 격언에 따라 내려와보니
전혀 낫선 곳이다.
길을 묻기 위하여 길가에 있던 집에 들어갔다.
마침 보살님 한 분이 반가이 비를 피하라며
처마밑의 의자를 마련해주고는
둥글레와 가지 말린 것을 섞어서 차로 우려내어
가지고 나왔다.
초기불교 공부를 하고
지금은 유식을 독학하고 있단다.
주로 인터넷을 통해 공부하는 모양이다.
여러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머리로는 많은 이해가 된듯하다.
그런데 공부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니
대열반을 증득하는 것이란다.
대열반을 증득하려면
내 몸과 마음의 실체인 오온을 세 가지 통달지로 증득하지 못하면
열반을 증득할 수 없고
오온의 원인과 조건을 역시 세 가지 통달지로 증득하지 못하면
열반을 증득할 수 없다는 니까야의 말씀을 일러주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스님"
"보살님, 열심히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나는 오늘 선원에 도착하려고 정말로 산길을 열심히 걸었다.
그런데 여기쯤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걸었던 그 길은
선원에서 7km정도나 떨어진 다른 방향의 산 하나를 넘었던 것이다.
내가 더 열심히 걸었더라면
나는 목적지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나갔을 것이다.
그러니 길을 가더라도 정확한 지도와 나침반이 필요한데
수행자에게 지도는 초기불전이 되어야 하고
나침반은 교학과 수행에 통달한 스승이 될 것이다.
현실을 돌아본다면
눈밝은 스승을 모시고 공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그런 인연이 얼마나 행운인지를
경험자는 알 것이다.
사람 몸 받기 어렵고
불법만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홀로 길을 가는 분들에게 묻는다.
그대의 스승은 누구인가요?
그 스승에게 무엇을 배우셨나요?
내일은 초하루 포살일이다.
마치고 사포질 해놓은 다탁 좀 더 다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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