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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불자님으로부터 호두 한 봉지, 그리고 호두를 담아놓을 대바구니 하나가 택배로 왔다.
그런데 바구니 안에는 한자로 예쁜 색지에 방랑(放浪)이라는 글귀가 들어있지 아니한가?
대바구니를 한지로 붙여 만든 것인데
바구니 안쪽의 종이에 한문으로 가득한 종이를 사용한 것이라
아마도 내가 무슨뜻인지 궁금할 경우를 대비해서
써서 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바구니 바닥에 놓여진 방랑이라는 단어는
바구니에 갖혀서 꼼짝 못하는 형국이니
마음이 다른데로 달아나지 않도록
묶어두는 불교의 사마타 수행을 정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마타란 원숭이처럼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리 저리 방황하는 마음을
마치 길들여지지 아니한 사나운 들소의 꼬를 꿰어 튼튼한 밧줄에 묶어 단단하게 마당에 말뚝을 박아 놓으면
처음에는 날뛰지만 점점 숨이 잣아들어
마침내 말뚝옆에 다소곳이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숨만 쉬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명상주제에 묶어서 날뛰지 아니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바로 사마타이고
이 사마타 수행을 통해
마음은 삼매에 드는 것이다.
삼매에 든 마음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 보는 힘이 생기는데
이렇게 꿰뚫어 아는 것이 바로 위빳사나가 된다.
호두를 깨라고 보내주신 호두까기는
단단한 호두의 겉껍질을 부수어
그 속살을 하나 하나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니
바로 그렇게 위빳사나를 하는 것이다.
위빳사나를 하면
내 몸과 마음은 무상하고, 괴로움이며, 실체가 없는 무아라고 알고 보게되는데
이것을 오래하다보면
마음은 기쁨이 생기고
기쁨에서 희열이 올라오고
희열이 행복을 가져오며
행복은 집중을 의미하는 삼매에 들게 한다.
삼매에 든 마음은 있는 그대로 꿰뚫어 알고 보게 하여 지혜를 갖게 하고
지혜는 우리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위빳사나이다.
호두와 호두까기를 대바구니속에 넣어 보내준 불자님은 이것을 알고 의도한 것인지
모르고 그냥 보낸 것인지 알 수는 없으니
보내준 호두의 고소한 맛은 아마도 수행의 고소한 맛과 통해 있을 것이니
금년 보름에는 호두와 잣과 같은 부럼만을 깨지말고
나와 남이 함께 내 몸과 마음의 실체를 꿰뚫어 깨는
참된 부럼 깨는날이 되게할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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