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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심경』에 나오는 선문답이다.
청평영준스님(令遵, 845~919)이 취미무학(翠微無學)선사에게 묻는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으로 온 분명한 뜻입니까?”
취미무학선사는 사람이 없을 때 대답하겠다며 대나무 숲으로 간다. 대답한다.
“이 대나무는 무척 큰데, 저 것은 왜 저리 작아”
영준스님은 그 말에 크게 깨달았다.
즉 달마대사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전하려 했던 불법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다. 불법을 말이 떨어진 자리에서 찾으려는 영준스님의 절절한 구도심으로 물었을 것이다. 취미무학선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뜻을 담아 싱겁지 그지없는 대답을 한다. 불법이나 달마가 동쪽으로 온 까닭은 무슨 비법이나 내밀한 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진리를 ‘절절하게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를 말하는 것이다. 참선공부는 스스로 해결해야할 문제지, 누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 나무꾼으로 살다가 어느 순간 금강경 읽는 소리를 듣고 단박 깨친 육조혜능스님처럼 홀연히 벗어나 깨치는 것이 선문(禪門)이다.
선문답은 우리에게 밑도 끝도 없이 다가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자나 언어로 깨달을 수 없고 부처님의 법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며, 자신의 마음을 바로 보아 불성을 깨달으면 누구나 부처가 된다는 선불교의 교지가 그 이유이다. 말을 넘어서 직관으로 깨달음을 이끌기 위한 수단이다. 거기서 제시하는 이성과 언어를 초월하는 방식으로 실체를 직접 경험하도록 권장한다. 심지어 이것은 과학 발생이전에 시대의 표현으로 제시된 과학적 분석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찬도기야 우파니샤드Chandogya Upanishad』에 나온 인도의 현자 우달라카 아루니Uddalaka Aruni의 얘기로 넘어가보자. 힌두교에서 우파니샤드 철학의 위치는 거칠게 표현하면 유교에서 주자학과 양명학이 함께 모인 자리와 같다고 볼 수 있다. 힌두교의 성전인 베다를 확립한 철학사상이다. 우달라카 아루니 현자는 아들 스베타케투Svetaketu에게 무화과를 하나 가져와서 잘라 쪼개보라고 한다. 아버지가 그 안에 무엇이 보이느냐고 묻자 아들은 “씨앗이요.”라고 대답한다. 이어서 현자는 아들에게 그 씨앗들 중 하나를 쪼개보라고, 그 안에 무엇이 보이는지 말해보라고 한다. 대답은 “아무 것도 없어요.”다. 그러자 현자는 저 커다란 무화과나무 전체가 바로 그런 ‘아무것도 없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무화과나무의 본질, 영혼, 실체라는 것이. 그리고 대화는 이렇게 끝난다. “스베타케투야, 네가 바로 그것이란다!”
“네가 바로 그것이다!”(산스크리트어로 “Tat tvam asi!”)라는 말은 아마도 우파니샤드 철학에서 가장 유명한 표현일 것이다. 이는 어떠한 대상이라도 분석하다 보면 결국 어디에나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본질, 아트만(Artman, 본성, 참나, 진아)개념을 대화와 이미지로 표현한다. 즉 브라만에 이르게 된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브라만이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 이해시켜주기 위한 두 번째 대화가 나온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물 한 사발을 가져와서 그 물의 여러 부분을 맛보게 한다. 그 물은 어느 부분이나 맹물 맛이 난다. 그 다음에는 물에 소금을 녹인다. 이제 겉모양은 변함없이 그대로이지만, 그 물은 어는 부분이든 소금 맛이 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절대적 실체 브라만은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한다. 힌두교의 범아일여(梵我一如)사상이다. 대승불교의 자성(自性)과 불이(不二)사상은 여기서 왔다.
초기불교도 우파니샤드 철학의 영향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고타마 싯다르타는 당시 베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브라만교와 교리를 달리한 사문(沙門)이었다. 즉 고(苦), 무상(無常), 무아(無我)의 삼법인을 불교의 근본 교지로 삼고 붓다가 되었다. 바탕에 무아사상이 있다. 자성, 불성, 참나. 진아, 아트만을 주장하는 것은 불교가 아니고 관념론적인 일원적 실체론과 통하는 새로운 종교, 대승불교인 것이다.
선불문의 화두 가운데 ‘부모미생전 본래면목’, ‘이 뭐꼬?’, ‘뜰 앞에 잣나무’등 1700여 개가 있으며, 그 중 재미난 것은 ‘똥 나무작대기(권시궐)’도 있다. 각 화두마다 선문답은 어리둥절한 주석으로 따라다닌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화두와 선문답으로 열반에 이르렀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즉 화두와 선문답은 불교의 명상수행이 중국으로 전래되는 과정에서 도교와 습합되어 나타난 중국식 불교인 것이다. 그러니 견성성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인간 본래의 성품을 본 후 성불을 해야 된다는 의미다. 애틋한 중생을 구제하는 마음으로 위로 깨달음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교화한다는 대승불교에서 생사윤회를 끊을 열반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만의 종교로 남겨둬야 할 부분이다. 자성이 있다, 참나가 있다, 세상의 근원과 내가 동일하다는 등의 힌두교는 또 다른 종교이다. 불교는 고타마 싯다르타 부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피안으로 건너가는 ‘수행을 부단히 하여’ 윤회의 고통을 끊고 열반에 이르는 종교이다. 아주 오래전 먼 길을 통해 전래된 중국식 불교에서 알듯말듯한 말을 쫓아 벽을 보고 앉아 단박에 부처를 찾을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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